마비노기 모바일, 애플 1위·구글 3위 달성
중반부 이후 콘텐츠 호평...낮은 과금 수준도
경쟁 위주 타 MMORPG와 생활 요소로 차별화
"마비노기 IP 프랜차이즈화...신작 2종 제작중"
넥슨 신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마비노기 모바일'이 매출 순위 역주행을 보이며 장기 흥행 청신호를 켰다. 1000억원에 달하는 개발비와 8년에 가까운 긴 개발 기간으로 곳곳에서 제기되던 우려가 무색한 성과다. 마비노기를 블록버스터급 IP로 성장시키겠다는 이정헌 넥슨(일본법인) 대표의 목표가 현실화될 지 이목이 쏠린다.
7일 오후 1시 기준 마비노기 모바일은 국내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임 내 인기 서버인 던컨의 접속 대기 인원은 평일에도 불구하고 3000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주말에는 대기열에만 2만2000명 이상이 몰렸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도 상승세를 타 동일 장르 대비 최고 수준인 4.7점을 달성했다. 흥행세를 타고 PC방 점유율 순위권에도 진입하는 데 성공했는데, 전날에는 18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출시 직후 마비노기 모바일의 앱 마켓 매출은 20위권대에 불과했다. 최신 모바일 게임들과는 다른 아트 스타일과 불충분한 최적화, 단조로운 초반부 스토리 등이 아쉽다는 이용자들의 평가를 받았다. 이번 역주행은 보통의 모바일 MMORPG가 초기 반짝 흥행으로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뒷심은 중반부에 등장하는 메인 콘텐츠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비노기 모바일에서는 원작에 등장하는 'G1 여신 강림' 퀘스트가 30레벨부터 등장하고, 레벨55 정도가 돼야 심층 던전 격파와 장비 파밍에 전략성이 요구된다. 본격적인 게임의 재미가 등장하자 평가가 반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규모 전투 위주로 흘러가는 타 MMORPG와는 차별화되는 게임성도 흥행 요소로 작용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엔드 콘텐츠를 위해 긴 시간 동안 경쟁적으로 전투를 치러야 하는 MMORPG의 획일적인 문법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전투 및 서브 미션과 생활 콘텐츠를 적절히 섞어 이용자들의 피로도를 낮췄다. 이용자가 하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동일 던전의 이용자들과 협동해 보스를 공략할 수 있는 '우연한 만남' 시스템과 비슷한 이용자들과의 교류를 돕는 소셜 기능인 '스텔라그램'도 호평받고 있다. 과금 요소가 패션 아이템에만 존재하고, PvP(이용자간전투) 콘텐츠나 랭킹전 등 경쟁 요소가 없어 과금 유인도 낮다. 이 때문에 라이트한 이용자 층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성과는 넥슨이 추진 중인 마비노기 IP의 횡적 확장 전략에도 탄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횡적 확장은 넥슨의 차세대 기둥이 될 IP를 발굴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비노기는 20년 이상의 서비스된 넥슨의 대표 게임에도 불구, IP 프랜차이즈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이정헌 넥슨재팬 대표는 지난해 개최한 자본시장 브리핑에서 마비노기를 블록버스터급 IP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현재 넥슨은 마비노기 PC 서비스 엔진을 최신 언리얼 엔진으로 교체해 방대한 콘텐츠와 자유도 높은 플레이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마비노기 이터니티'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비노기 영웅전'의 최신 엔진 교체 버전인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까지 더해 라이브 서비스 명맥을 이어가면서도 이탈했던 이용자의 복귀와 신규 이용자의 유입을 유도한다.
이같은 횡적 확장에 성공할 경우 마비노기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를 잇는 새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진다. 넥슨은 IP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한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FC온라인 시리즈로만 전체 매출의 74%를 벌어들이고 있다.
마비노기 모바일 개발사인 데브캣 김동건 대표는 "깊이 있는 플레이를 요구하는 MMORPG이면서도 아주 쉽고 친절하게 파고들 수 있도록 준비된 게임"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개선을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