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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음악을 소장하다①] LP·CD·스트리밍…소장에서 소비로 변한 음악


입력 2020.03.25 14:52 수정 2020.03.27 09:06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매체 따라 대중음악 시장 질적·양적 팽창

음원 등장 이후엔 일회성 콘텐츠로 급변

LP의 등장으로 음악은 소장하는 것이란 인식이 대중들 사이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 뉴시스

시대가 달라지면서 대중들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도 끊임없이 바뀌어왔다. 음악은 시대의 흐름과 정서를 담아낸 '대변자'였고, 그 음악을 담아낸 매체는 시대의 외형적 특징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가장 먼저 대중들의 소장 욕구를 채워준 건 LP(Long Play Record)라 불리는 레코드판이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대중음악을 LP를 통해 처음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자, 대중음악 시장도 질적·양적으로 크게 팽창할 수 있었다.


LP는 판 표면에 파인 미세한 소리골을 카트리지의 바늘이 지나가며 음악을 재생한다. 1905년 오데온 레코드사에 의해 양면 레코드가 탄생했지만, 지금의 LP 형태는 1948년 콜럼비아사 CBS연구소에 의해서 자리매김했다. 이는 음향 산업계에 커다란 반응을 일으켰다.


단점은 크기가 커 관리가 쉽지 않은 데다, 흠집이 나면 음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끊이지 않았고, 그것은 카세트테이프와 CD를 통해 어느 정도 채워질 수 있었다.


1979년 소니가 세계 최초 휴대용 스테레오카세트 '워크맨'을 내놓으면서 급성장한 카세트테이프는 LP를 넘어 가장 대중적인 매체가 됐다. 워크맨과 이어폰의 조합은 집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을 집 밖으로 끌고 나오게 하며 대중음악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카세트테이프는 한때 대중들이 가장 즐겨듣던 대중음악 매체였다. ⓒ 뉴시스

1990년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CD는 지금도 여전히 가장 사랑받는 대중음악 매체다. 음악, 데이터 등의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광디스크 CD의 등장은 음반 시장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날로그 방식인 카세트테이프, LP와 달리 잡음이 적고 내구성이 강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음질에 변화가 없는 게 특징이다.


세계 최초의 상용화 CD는 1982년 아바(ABBA)의 앨범 '더 비지터(The Visitors)'였지만, 초기의 CD는 주로 대중음악보다 클래식 음악 위주로 제작됐다. 당시엔 CD플레이어가 워낙 고가여서, 금전적 여유가 많은 부유층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컴퓨터에 CD-ROM이 달리기 시작하고 소형 CD플레이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 1990년대 한국에서도 서태지, 신승훈, 김건모 거물급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른바 100만 장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혔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고 했던가. 영원할 것만 같았던 CD 시장조차 MP3의 등장과 함께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쪼그라들기 시작한 음반 시장은 2010년대 들어 사실상 위상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원 시장은 1995년 MP3 확장자가 정의되면서 급성장했다. MP3는 압축 방식이기 때문에 음질이 CD에 비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최근엔 CD를 능가하는 무손실 음원(flac 등)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고음질 음원이 대세 자리를 굳혔다.


더 나아가 수년 전부터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게 됐다. 음원 시장의 성장과 함께 과거 LP나 CD 시대처럼 음악을 소장하는 것이 아닌, 이제는 소비하는 일회성 콘텐츠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대중들의 욕구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폭발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완전히 새로운 매체가 그 자리를 대체할지, 기존의 매체가 새로운 형태로 변화해 다시 주류 시장으로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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