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6.4조...반도체·폰으로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
코로나19 악영향 본격화...반도체 의존도 심화될듯
삼성전자가 1분기 시장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2분기에도 선방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1분기 다소 제한적이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조짐으로 반도체 성적표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7일 공시를 통해 1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55조원과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매출 52조3855억원·영업이익 6조2333억원)에 비해 각각 4.9%와 2.7% 증가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되면서 최근 영업이익이 6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증권사 전망치가 나오는 등 예상수치가 점점 낮아진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매출 59조8848억원·영업이익 7조1603억원)에 비해서는 각각 8.1%와 10.6% 감소한 수치다. 또 영업이익률이 11.6%로 지난 2016년 3분기(10.9%) 이후 가장 낮을 정도로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 반도체 양호-스마트폰 선방으로 실적 방어 성공
이날 실적은 잠정실적으로 각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1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반도체는 양호했고 스마트폰도 선방하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이 주력인 IT모바일(IM)부문은 약 2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동기(2조2700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2월 출시된 전략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가 코로나19 여파로 당초 기대에 못 미치면서 실적이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것에 비래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에따라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도 예상보다는 높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1분기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당초 기대치인 6500만대에서 약 200만~300만대 밑도는 6300만대로 예상됐으나 이보다는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사업부는 3조9000억~4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버용 제품 수요 강세와 모바일 D램 재고 축적 수요 등에 따라 1분기 D램과 낸드 출하량이 당초 전망치를 충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품 가격도 상승해 수익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코로나19 사태에도 생산에 차질이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비대면 업종의 호황으로 서버용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우 SK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반도체는 3월 서버 D램을 중심으로 판매 호조를 보였고 큰 폭의 가격 인상분이 반영된 결과”라며 “스마트폰은 제조업체로부터 유통엄체로 판매되는 셀인(sell-in)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는 3500억원 영업손실이 예상되지만 전년동기(-5600억원)와 비교하면 적자 폭을 상당히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이 주력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전년 동기(3조5400억원)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V와 생활가전도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 등 계절적 수요가 많은 신 가전 판매가 늘어나면서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3월부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유통점의 영업중단과 마케팅 축소 등으로 TV와 세탁기 등 대형 가전 판매에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1분기에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소비자가전(CE)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5400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 2Q 반도체 활약 여부에 따라 실적 선방 좌우...의존도 심화될듯
1분기 각 사업부문이 나름대로 선방하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하면서 이제 관심은 2분기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난달부터 북미와 유럽을 넘어 이제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전자업계에 미치는 악영향도 본격화되면서 사업의 불확실성도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에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2분기 삼성전자 실적 방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이 2분기부터 확연히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TV와 가전도 글로벌 생산 기지 셧다운과 북미와 유럽의 가전 유통망 중단 등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구조적으로 실적이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IM부문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지역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시 2분기 영업이익이 1조 초중반대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E부문은 TV가 주력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극심한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결국 반도체의 활약 여부에 따라 실적 선방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여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될 전망이다. 2분기 메모리반도체는 서버용 제품 수요는 양호하겠지만 모바일용 제품 수요가 크게 급감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 변수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모바일용 D램·낸드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향후 가격 상승폭을 크게 둔화시킬 수 있는 상황인데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 기조를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서버용 제품 수요가 당초 기대보다는 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잘 선방할 수 있었는데 2분기에는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코로나19 확산의 영향력이 어느정도 일지 가늠할 수 없어 2분기 실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