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가 7일 동반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에 중국이 34%의 ‘맞불관세’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감이 투자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홍콩의 항셍지수와 대만 자취안지수는 10%가량 곤두박질쳤다.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13.2% 떨어지며 1만 9828을 기록해 2만선이 힘없이 붕괴됐다. 자취안지수는 9.8% 급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7.3% 하락했다. 특히 항셍지수가 10% 넘게 빠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중화권 증시의 폭락이 두드러진 것은 주말 사이 미국이 중국에 대해 34%의 상호관세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중국 역시 34% 보복관세로 매기겠다고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중 간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며 해외 투자자를 중심으로 '무조건 팔고보자'는 투매가 속출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이틀 연속 급락세를 탄 일본과 한국은 이번주에도 폭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개장 직후 폭락하면서 전날보다 7.83% 떨어진 3만 1136.58엔에 거래를 마쳤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종가 기준으로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이며 이날 닛케이지수 낙폭은 역대 세 번째로 컸다. 한국 코스피 지수도 5.11% 하락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는 장중 8% 넘게 폭락하며 2008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의 급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와 관련해 이를 고수하겠단 입장을 재확인한 결과다. 그는 앞서 지난 5일 자신 소유의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중국, 유럽연합(EU) 등과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고 있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관세”라고 밝혔다.
아시아 증시의 폭락장은 유럽을 거쳐 미국 뉴욕증시를 재차 공포에 몰아넣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오후 5시30분 기준 독일 DAX -5.5%, 프랑스 CAC40 -5.2%, 이탈리아 FTSEMIB -6.53%를 기록하는 등 유럽 증시가 개장 초반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