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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백스테이지] 10년이란 세월의 무게 '1인용 식탁'


입력 2020.05.10 17:14 수정 2020.05.10 17:15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혼밥'에 대한 뚜렷한 사회적 인식 변화

10년 전 오늘에 머물러 있는 캐릭터 아쉬움

연극 '1인용 식탁' 공연 사진. ⓒ 두산아트센터

"어차피 저 포도는 신 포도라서 맛도 없을 거야."


여우는 탐스럽게 익은 포도송이를 따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곧 포도를 딸 수 없음을 깨닫고 이렇게 말한다.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바꿀 수 없으니 자신의 신념을 "먹고 싶지 않다"고 바꾼 것이다.


직장에서 따돌림을 받는 신입사원 인용도 마찬가지다. '혼자 밥 먹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을 찾아 수업을 받던 인용은 마지막 단계인 '고기집에서 고기를 혼자 구워 먹기'를 앞두고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고 소리친다. 하지만 "먹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먹을 수 없는 거야"라는 학원 강사의 답변에 끝내 고개를 떨군다.


연극 '1인용 식탁'은 2010년 발표된 윤고은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당시엔 생소했던 '혼밥'을 가르쳐 주는 학원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 '1인용 식탁'은 '혼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담아내지 않는다면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오히려 '일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점심시간 약속을 피해 '혼자만의 여유'로 즐기려는 직장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혼자 밥 먹는 일에 익숙하고, 그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사라져가고 있다.


제작진도 고민도 여기에 있었다. 각색을 맡은 이오진 작가는 '혼밥'에 대해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들의 '내적 불안함'에 주목하면서도 "삶을 다루는 작품이어야 시의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혼자 먹는 게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한 '내적 불안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신의 식탁은 1인용으로도 충분한지, 1인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기쁨 연출도 "혼자 먹는 것과 누군가 함께 먹어야 하는 것, 이것을 이분법으로 나누려 한 건 아니었다. 이야기 자체가 삶을 살아가는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연출의 주안점을 밝혔다.


연극 '1인용 식탁' 공연 사진. ⓒ 두산아트센터

하지만 작품 속에 드러나는 '혼밥'에 대한 시각은 이분법적인 10년 전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진 않는다. '1인용 식탁' 속 인물들은 여전히 10년 전 오늘을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혼밥'에 대한 인용과 주변 인물들의 시각은 지나칠 정도로 극단적이다. 특히 공감하기 어려운 '학원 수업' 내용이 관객들에게도 강요되는 것처럼 느껴져 아쉬웠다. 그 과정에서 인용이 찾은 진정한 삶은 무엇인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사실 '혼밥'이라는 것은 밥 먹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닌, 인용이 사회에 적응해가는 과정 속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직장 동료들에게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고 홀로 남겨진 인용의 모습이 '혼밥'을 통해 극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용 식탁'은 '혼밥'이라는 행위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시의성을 잃었다. 이미 시의성을 잃은 소재가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란 쉽지 않다. 달라진 시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지가 이 작품에 남겨진 숙제로 보인다.


'1인용 식탁'은 오는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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