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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의 참견] 북한 자극만 한 문 대통령의 '구애'


입력 2020.06.17 07:00 수정 2020.06.17 09:52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北, 대화하자는 文 제안에도 연락사무소 폭파 등 무력 도발

"서로 벽보고 얘기" 누리꾼 질타…대북 기조 변화 요구 봇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서로 벽보고 얘기하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하나는 문 대통령과 북한의 소통이 원활치 않다는 것, 또 하나는 문 대통령 대북 정책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단 것. 이 중 후자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질수록, 무력 도발이 강행될수록 정부 여당의 구애 강도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마치 한쪽이 거부할수록 다른 한쪽이 마음을 얻기 위해 더욱 애쓰는 이성 관계와도 같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을 언급하며 "남과 북 모두가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엄숙한 약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남과 북이 직면한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남 무력도발 위협을 한 이래 문 대통령이 내놓은 첫 대북 메시지다.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도 대화와 신뢰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호소'다. 하지만 북한은 여기에 응답하지 않았다. '삐라'에는 '삐라'로 대응하겠다며 오히려 대남 대적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급기야 북한은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문 대통령의 구애가 도리어 북한만 자극한 꼴이 됐다. 문 대통령의 '외사랑'만 확인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북한을 대하는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의 태도는 사뭇 상반된다. 미국은 북한의 말 폭탄 강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와 여권은 북한의 경고에 수긍하고, 심지어 미국 때문에 북한이 한국을 비방하는 거라고 주장한다.


야권은 시종일관 문 대통령에 더욱 강력한 자세를 주문한다. 여권은 "전쟁이라도 나길 원하는 것이냐"며 이를 비판하고 있다. 북핵 최대 피해자인 우리 국민 중 전쟁을 원하는 이는 없다. 야권의 목소리는 북한이 원하는 것만 들어주면 한반도에 평화가 올 거라고 '착각'하는 문 대통령을 향한 충정 어린 충고다.


연애에도 '밀당(밀고 당기기)'이 필요하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곤 하지만, 무조건적인 구애는 실패 확률을 높게 만든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무력 도발에 저자세로 임한다면, 현 정부가 초반에 쌓아 올린 대북 성과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 북한은 그간 숱한 남북 합의에도 위협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대화로 남북의 위기 국면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순 있어도, 언제든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남북공동연락소 폭파라는 선례를 잊어선 안된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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