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 미중 관계 악화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한달 만에 골드바 74%, 골드뱅킹 20% 증가…실버바도 인기
미국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국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자 국내 시중은행의 골드뱅킹(금통장), 골드바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골드바는 한달 만에 74% 뛰었고 골드뱅킹도 20% 가량 증가했다. 실버바 판매량 역시 덩달아 여섯 배 가까이 늘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골드바를 판매하는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판매한 골드바는 77Kg, 60억4800만원어치로 집계됐다. 6월에 46.8kg(3478억원)를 팔았는데 한달 만에 판매액 기준으로 73.8%(2570억원) 증가했다. 중량 기준으로는 64.5%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판매액이 이 기간 13억800만원에서 27억8400만원으로 112.8%나 급증했다. NH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2억9300만원에서 5억6900만원으로 94.1% 증가했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각각 59.5%, 31.9% 상승했다.
실버바 판매량도 늘었다. 실버바를 취급중인 KB국민·NH농협은행 등 2개 은행의 실버바 판매액은 7월 1억482만원에 달한다. 이는 전월(1748만원)에 견줘 499.6% 증가한 것이다. 중량 기준으로 보면 6월 21kg에서 7월 126kg으로 한달 새 500% 뛰었다.
고객이 은행 계좌에 돈을 넣으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해당 금액만큼 금을 계좌에 적립해주는 골드뱅킹도 인기다.
골드뱅킹을 판매하는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3개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골드뱅킹 판매액은 6404억원으로 전월(5445억원) 대비 17.6%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같은 기간 300억원에서 408억원으로 36% 뛰었고 신한은행도 4357억원에서 5095억원으로 16.9% 증가했다. KB국민은행 역시 788억원에서 901억원으로 14% 상승했다.
골드뱅킹은 금 실물을 인수하지 않기 때문에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고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금 시세가 상승할 경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매도 시에는 15.4% 배당소득세와 은행별 수수료가 발생한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의 골드바와 골드뱅킹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주요국 통화 완화정책, 달러화 약세, 미·중 갈등 악화 우려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2000달러선을 돌파해 역대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1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6% 오른 2039.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향후 온스당 3000달러에 이어 4000달러까지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앞으로 18개월 안에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1g당 7만7000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미·중 무역분쟁, 미국 대선까지 겹치면서 금·은값은 더 오르고 시중은행들이 판매 중인 골드바, 골드뱅킹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정부 및 중앙은행의 대규모 부양책에 따른 통화량 증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 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됐다”며 “단기간 경기 개선이 어려운 만큼 금 가격의 상승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