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에도 제 2의 도약 꿈꿨지만 사법리스크 커져
총수로서 경영보다 재판 더 신경써야...국가 경제에도 악재
검찰의 무리한 기소 강행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가 발목을 잡히게 됐다. 바이오와 전장부품,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라는 뉴 삼성을 위한 이 부회장의 비전도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결국 이 부회장을 기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뉴 삼성을 위한 행보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재판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글로벌 기업 총수가 경영보다 재판에 더 신경을 써야만 하게 된 것이다.
국정농단 재판으로 지난 2016년부터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온 이 부회장으로서는 앞으로도 경영에 전념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특히 이번 재판은 상당히 복잡한 사안이어서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선 기간을 포함하면 이 부회장에게 10년간 사법 리스크가 드리워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리스크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날로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뉴 삼성으로의 제 2의 도약을 노려야 하는 도전도 상당한 어려움이 초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비메모리·바이오·전장부품 통한 뉴 삼성 도약 차질
삼성은 그동안 시스템반도체·바이오·전장부품 등을 내세워 제 2의 도약을 꿈꿔왔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3대 중점 육성 산업'인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서 기업 성장을 통한 국가 경제 기여의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왔다.
제 2의 반도체를 꿈꾸는 바이오에서는 바이오시밀러와 의약품 위탁생산(CMO)사업 등에 집중 투자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전장부품은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합병(M&A)하면서 새로운 분야 진출에 나섰다.
또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발표한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통해 메모리에 이은 비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를위해 관련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확충에 총 133조원(R&D 73조원·시설 60조원)을 투자하는 동시에 전문인력 약 1만5000명을 채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미래 반도체 생산 거점 구축을 통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총 30조원 이상을 투자해 D램을 시작으로 V낸드·파운드리(위탁생산) 제품 양산으로 첨단 복합 라인을 구축해 나가며 반도체 초격차 기술·제품 경쟁력을 확보, 인텔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반도체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삼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영 어려움에도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창출로 사회적 기여도 소홀함이 없다. 지난 2018년 8월에는 총 180조원 투자 및 4만명 고용 약속을 밝히고 이를 지켜오면서 국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 오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중소 협력업체·스타트업(신생벤처) 등과 협력하고 산학협력에도 적극 나서는 등 함께 같이하는 '동행' 철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기소로 이러한 뉴 삼성을 위한 비전들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됐다며 우려를 표한다. 국내 최대 기업 그룹인 삼성이 총수의 사법리스크로 코로나19 위기 극복 국면에서 기대되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걱정이 서려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총수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이러한 기업환경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이 아쉽다”며 "기업과 기업인들이 엄연한 경제 주체 중 한 축임에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야속하다“고 말했다.
◆ 광폭 경영 행보 보인 이재용 발목 잡혀...대외 신인도에 악재
이 부회장이 올들어 활발한 현장 경영 행보를 펼쳤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예상보다 더 큰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로 드리워진 불확실성의 그림자에도 개의치 않고 광폭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가며 그의 경영 시계는 멈추지 않고 돌아갔다.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올 들어 총 17차례 현장 경영 행보를 펼쳤다. 지난 1월 2일 경기도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시작으로 매월 평균 2~3차례씩 사업 현장을 찾고 있다.
브라질 마나우스 법인(1월)과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5월) 등 해외 현장 방문에도 나섰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는 5월(삼성SDI 천안사업장)과 7월(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 두 차례나 만남을 가지며 다른 회사와의 협력도 적극 모색했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현장 경영을 통해 최근의 경영환경을 가혹한 위기 상황이라며 새로운 도전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자주 당부해 왔다.
이렇듯 갈수록 점점 커지는 불확실성에도 현장을 찾으며 적극적으로 경영 의지를 다져왔던 터라 이번 기소 결정이 그의 발목을 붙잡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에 전념해도 모자랄판에 기업인의 경영의지를 꺽는 결정”이라며 “국내 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씨워 해외에서의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