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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시동③] 지주사 전환…투명성·지배력 '일거양득'


입력 2020.11.02 07:00 수정 2020.11.01 20:45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현대차·현대모비스 물적분할뒤 투자회사 합병한 '현대차홀딩스' 출범 시나리오

계열사간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경영 안정성 높이고 영업이익 제고

지주회사 관련 규제가 '발목'…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 선점전략 차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오른쪽)가 지난 1월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 2020'에서 현대차의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앞에서 'UAM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정 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승계를 위한 최우선 과제가 지배구조 개편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개편 작업을 서두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2년 넘게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멈췄던 현대차가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민중인 가운데 2018년의 지배구조 개편안 등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점검해본다.(편집자주)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과거 다른 그룹들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주력 계열사들의 물적분할 및 합병을 통한 지주사 체제도 시나리오의 하나로 검토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 이 모델을 적용할 경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두 회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끼리 사업회사끼리 각각 합병해 이른바 '현대차홀딩스'라는 지주사를 출범시키는 시나리오가 예상 가능하다.


'대주주(정의선)→지주사(합병투자회사)→합병사업회사' 구조가 성립되면서 순환출자가 해소되는 동시에 현대차홀딩스는 순환출자 지분만큼 각각의 사업부문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다.


이후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현대차홀딩스에 현물출자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비슷한 모델로는 롯데그룹의 지배개편을 들 수 있다. 지난 2017년 롯데지주 주식회사(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한 뒤,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투자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탄생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출범으로 74만여 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2년 만에 모두 끊으면서 지배구조를 단순화시켰다. 계열사로 분산돼있던 오너 일가 지분은 롯데지주-신동빈 회장 중심으로 정리되면서 그룹 지배력도 탄탄해졌다. 현재 신동빈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13.04%이다.


지주회사는 여러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계열사 간 의견 조정이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해 안정적인 운영을 해나갈 수 있다. 자회사의 부실 위험이 다른 자회사로 전이되는 것을 쉽게 차단하며 경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통해 '미래 시장 리더십 확보 원년'을 선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다만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출범 시나리오를 선택할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주사 지배구조에 여러 규제를 가하고 있어 이같은 전략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계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각각 투자·사업 부문으로 분할하면 미래 사업 확장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에 투자와 사업 부문을 따로 분리해 운영하는 곳은 없으며, 적극적으로 유망업체 인수에 나서 혁신 사업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지주회사 체제는 인수합병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 내 자회사 등은 공동으로 투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한 탓이다.


재계 관계자는 "1개 계열사가 인수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탓에 특히 대규모 인수는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미래 핵심 기술을 재빨리 선점하는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HMC투자증권 등 지분을 4년 이내에 처분해야한다. 그러나 자동차 할부 등 사업연계로 수익성을 올리고 있는 금융사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전경. ⓒ현대자동차

투자자들의 반발도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투자자들은 물적분할이 이뤄진 뒤 신설회사가 상장되면 기존 존속회사의 지분이 희석되고, 성장성을 갖춘 자회사에 비해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회사 분할 후 각 사업부가 적절한 사업 가치를 평가받더라도 그 합계액이 분할 전 기업가치에 못 미치면서 주주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주요 4개 계열사 분할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소액주주들은 '롯데쇼핑의 사업위험을 나머지 3개사 주주들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주장하며 합병을 반대했다.


또 LG화학은 최근 물적분할을 통한 배터리 부문 신설법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분할 계획이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출범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영업이익률 상승과 상관관계가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며 "해외 선진국들은 지주회사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인수합병 과정이나 지주회사의 계열사 공동투자에 대한 규제가 심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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