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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도 예대율 마지노선 넘었다…코로나 대출 '후폭풍'


입력 2020.11.03 06:00 수정 2020.11.02 10:1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규제 상한선 100% 초과…국민은행 이어 올해 두 번째

정부 금융지원 압박에 부담 가중…대출 문턱 높아진다

국내 4대 은행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하나은행의 보유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이하 예대율)이 올해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규제 마지노선인 10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금융지원에 나서 달라는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빠르게 대출을 늘린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점점 높여갈 것으로 보이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계속 불어나고 있는 시중의 자금 수요가 갈 곳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의 평균 예대율은 99.3%로 전 분기 말(98.8%)보다 0.4%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예대율은 보유한 예금과 비교해 대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은행들의 과도한 대출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한 지표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 예대율이 100%가 넘으면 은행은 추가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은행별로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의 예대율은 같은 기간 97.5%에서 100.5%로 3.0%포인트 상승하며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4대 은행들 중 100% 이상의 예대율을 기록한 두 번째 사례다. 앞선 상반기 말 예대율이 100.4%까지 올랐던 국민은행은 이를 99.9%로 0.5%포인트 낮추며 가까스로 두 자릿수 재진입에 성공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97.9%에서 0.7%포인트 상승한 98.6%, 신한은행은 99.4%에서 1.4%포인트 하락한 98.0%의 예대율을 나타냈다.


이처럼 은행들의 예대율이 위험 수위인 100%에 육박하고 있는 건 그 만큼 최근 들어 대출 규모가 급속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들의 올해 3분기 말 전체 원화 대출 잔액은 1006조965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4%(77조9533억원)나 확대됐다. 이는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폭을 뛰어 넘은 수준이다. 지난해 해당 은행들의 원화 대출은 875조8528억원에서 929조120억원으로 6.1%(53조1592억원) 늘어난 정도였다.


이 같은 배경에는 우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자금 사정이 나빠진 가계와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손을 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의 금융지원 요구가 더해지면서 은행 대출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전반의 충격으로 기업들, 특히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이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올해 초부터 은행들을 향해 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라고 주문했다. 이에 해당 은행들의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61조6211억원에서 296조6981억원으로 9.7%(35조770억원) 늘며 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은행들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측면은 금융당국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은행에 대한 예대율 규제를 다소 느슨하게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당분간 은행들이 5%포인트 이내 범위에서 예대율을 위반해도 경영개선계획 제출 요구 등의 제재를 받지 않도록 유예할 방침이다. 또 올해 안에 취급한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서는 예대율 가중치를 기존 100%에서 85%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 조치다. 금융당국은 예대율 규제 완화 기한을 내년 6월까지로 못 박아 둔 상태다. 예대율을 낮추려면 보다 많은 예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의 충격이 가중되는 와중 이를 크게 확대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더 이상 마음 놓고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실제로 은행들은 앞으로 대출을 조여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은행들의 올해 4분기 대출 행태 지수 전망치를 보면, 가계주택과 가계일반에 대한 대출태도는 각각 -6과 -9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면 대출 심사를 더 엄격히 보겠다는 의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 역시 각각 –3을 나타냈다.


문제는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여전히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시중에 대한 은행들의 자금 공급 역할 둔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은의 같은 조사에서 은행 대출 담당자들의 차주별 대출 수요 지수는 ▲가계주택 3 ▲가계일반 29 ▲대기업 6 ▲중소기업 24 등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가 플러스면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는 뜻이며, 숫자가 클수록 더 많은 대출을 원할 것이란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로서는 예대율 관리 차원에서 대출에 대한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런 움직임이 시장의 자금 흐름을 악화시키는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좀 더 유연한 규제 대응을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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