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6일 임원 인사…신설법인 CEO에 김종현·신학철·김명환 등 거론
내년 IPO 등 투자재원 확보 총력…코나 화재 및 SK이노 분쟁은 과제
하루 앞으로 다가온 LG그룹 인사에서 LG화학으로부터 떨어져 나올 'LG에너지솔루션' 새 수장에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 초대 대표는 투자재원 확보 및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 등 각종 현안들을 두루 챙기면서 신설법인을 조기 안정화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26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조직개편과 함께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구광모 회장 체제 3년째인 올해 인사에선 '안정' 기조가 예상된다. 구 회장이 2018년 취임한 이후 작년까지 2년 연속 최고경영진을 교체해온 데다 LG전자,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성과가 올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단의 유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번 사장단 인사에선 12월 사업 분사를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의 새 수장이 관전 포인트다.
LG화학에서는 12월 1일 공식 출범 전까지 초대 CEO를 내정하겠다는 방침이나 26일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신설 조직을 안정시키고 내년도 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수장을 가급적 빨리 세우는 것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10년 이상 LG화학 배터리 사업을 이끌어온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이 1순위로 거론된다. 김 사장은 1984년 LG생활건강 기획팀을 시작으로 LG화학 소형전지사업부장(전무), 자동차전지사업부장(부사장) 등 전지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2018년부터 전지사업본부장으로 보임한 뒤 사장으로 승진, 글로벌 배터리 경쟁력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LG화학 대표이사를 유지하며 신설법인 CEO를 겸직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명환 전지사업본부 최고구매책임자(CPO) 겸 배터리연구소장도 후보군이다.
신임 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외형 확대는 물론, 내실 안정을 꾀해야 하는 중책이 요구된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기업공개(IPO)가 예정돼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주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소화하기 위해 연간 3조원 이상의 대규모 시설 투자가 진행중이다.
앞으로도 '초격차' 전략으로 글로벌 배터리 기업 1등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적기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시장으로부터 적정한 사업가치를 평가 받아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21일 열린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내년 매출 18조원 중후반대, 2024년 30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을 관철시켜 IPO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내는 것이 절실하다.
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에너지솔루션의 독립적인 재무구조 체제 확립,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내는 데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나EV 화재,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는 단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손꼽힌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현대차의 코나EV 화재 원인을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발표했다.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수주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 같은 결론은 LG에게 치명적이다.
LG화학은 이에 대해 "리콜 결정 이후 고객사인 현대차와 TF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면서 "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있는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SK이노베이션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어떤 대안을 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배터리 법인 분사로 소송 주체는 12월부터 기존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변경된다.
코로나 여파로 양사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이 계속 미뤄지는 가운데 그 사이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합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조 단위 시설 투자가 필요한데다 해외 완성차업체들과의 합작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 SK이노베이션과 손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LG화학에 남게 되는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부문 투자도 관심사다. 앞서 차동석 LG화학 CFO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임시주총에서 LG화학을 글로벌 톱5 화학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차 부사장은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 부문은 자체적으로 창출되는 현금의 재투자를 통해 각 사업별 성장 잠재력 극대화 및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면서 "전지 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커졌던 재무적 부담을 완화하고, 건전한 재무구조 구축 통해 지속적인 성장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은 신설법인 외형 성장 및 조기 안정화에, LG화학은 안정적인 이익 창출로 기업가치를 제고시키는 역할에 각각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배터리·케미칼 분야에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중용해 새로운 캐시카우로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을 육성시킬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