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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거래 안건, 99% 가결…대기업 이사회 '식물 상태' 전락


입력 2020.12.09 12:27 수정 2020.12.09 12:27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공정위, 2020년 대기업 집단 지배구조 현황

규제 대상 32곳, 내부 거래 원안 100% 가결

이사회서 '실질적 심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

"공정위 규제 강화하고, 기업 자율 통제해야"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간에 이뤄진 2019년 상품, 용역거래 현황(내부거래)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공시 대상 기업(대기업) 집단 상장사의 이사회에 상정된 내부 거래 안건 대부분이 원안 그대로 가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물 이사회' 행태가 수년째 이어지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대기업 집단 지배구조 현황 발표' 브리핑을 열고 "대기업 집단 상장사 266곳의 이사회 상정 안건을 분석한 결과 99.5%가 원안 가결된 가운데, 계열사 간 상품·용역 분야의 대규모 내부 거래 안건의 경우 692건 중 1건을 제외한 모든 것이 원안 가결됐다"고 밝혔다.


대규모 내부 거래 안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규제 대상사 32곳의 경우 원안 가결률이 100%로 조사됐다. 사각지대 회사 53곳의 원안 가결률은 99.6%, 비규제 대상사 181곳은 99.4%다.


성 과장은 "대규모 내부 거래의 경우 256건 중 253건이 수의 계약으로 이뤄졌다"면서 "안건에 수의 계약 사유조차 적지 않은 경우가 78.3%에 이르는 등 이사회에서 실질적 심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시장 가격 검토·대안 비교 등 검토 사항이 별도로 기재되지 않은 안건 비율도 71.9%나 됐다.


거래 상대방, 계약 체결 방식, 계약 기간·금액 등 기초적인 수준의 정보만 적힌 안건도 5건 있었다.


내부거래위원회 등 이사회 내 위원회도 식물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다. 조사 대상 상장사 266곳에서 추천위원회를 167곳, 감사위원회를 202곳, 보상위원회를 90곳, 내부거래위원회를 107곳 설치해 법상 최소 기준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2019년 5월15일~2020년 5월1일 상정 안건 2169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건은 13건에 불과하다.


계열사 퇴직 임직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관행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집단 19곳 소속 계열사 35곳에서 계열사 퇴직 임직원 출신 사외이사를 42명 선임했다. 이 중 18명(42.9%)은 사익 편취 규제 및 사각지대 회사 소속이다.


이사회의 독립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성 과장은 "사익 편취 규제 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의 이사회 독립성이 걱정된다"면서 "내부 거래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기업 스스로도 이사회와 내부거래위의 안건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자율 통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국내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비율이 해외 대비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비율은 72.2%, 반대 비율은 5.9%로 해외(81.9·9.7%) 대비 각각 9.7%포인트(p)·3.8%p 낮다.


성 과장은 "앞으로도 공정위는 기업 집단 현황을 계속 분석·공개해 시장의 자율 감시를 활성화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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