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4%대↑...7조원 부담 피하려면 작업속도 올려야
“물적분할 뒤 안정적 배당과 적극적 M&A 예상...자회사 IPO도 긍정적”
SK텔레콤이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총괄하는 중간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수년 전 공개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추진 구상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에서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증권가는 SK텔레콤이 향후 배당정책과 인수·합병(M&A) 등으로 투자 매력을 높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SK텔레콤은 전장 대비 9000원(3.78%) 오른 24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K텔레콤 주가는 지난달 이후 15.4% 상승했다. 내년 중간 배당 샹향 가능성과 최근 공정거래법 통과로 인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전에는 장중 4%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국회는 지난 9일 본희의를 개최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적용에 따라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은 현행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각각 30%, 50%로 높아진다. 자회사의 손자회사 지분율도 똑같이 상향된다.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SK텔레콤에게는 지주사 문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SK텔레콤은 중간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현재 20.1%인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SK하이닉스 지분 취득을 6000만주 이상 취득해야 하는데 이 때 소요되는 비용은 현재 주가 수준으로 최소 7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개정안 시행이 오는 2022년 1월로 예고돼 규제를 피하기 위해선 내년 중 중간지주사 전환을 마쳐야 한다.
현재 SK그룹 지배구조는 오너일가→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진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통신사업회사와 투자·지주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지주회사가 SK하이닉스·SK브로드밴드 등을 모두 아우르는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해왔다. 이 경우 SK하이닉스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다. 그동안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법상 인수·합병에 나서려면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해 새로운 투자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이미 지난 3일 단행된 SK그룹의 정기인사를 통해 중간지주사 전환 구축을 위한 큰 그림이 공개됐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회장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경영을 총괄하는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증권가는 SK텔레콤이 내년 물적분할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지주회사 SK와 합병시켜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올리는 방안은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앞서 시장에선 SK텔레콤이 지난 8월 5000억원 자사주 취득을 의결한 데 관해 인적분할을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다. 자사주는 인적분할 시 지분율 확보에 활용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은 SK그룹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추진해야 해 가능성이 낮다”며 “SK텔레콤의 형태 변환에 따른 과기부·과방위 인가 이슈가 발생할 수 있고 주주통회 통과 부담과 대주주 공개 매수 실패 위험, 대주주 지분율 늘리기 논쟁이 심화돼 언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배구조 개편은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모바일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기존 주주에겐 긍정적으로, 모바일·하이닉스 배당 성향이 높아지면서 중간지주사는 안정적 배당금 지급과 함께 M&A 작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그는 “지배구조 개편 이슈화 등 점차 호재가 넘쳐나는 상황이라서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하는 패턴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는 최근 SK텔레콤이 원스토어에 이어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자회사 기업공개(IPO)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중간지주사 추진의 일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요 자회사 기업공개는 지분가치의 재평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스토어는 3분기 기준으로 지난 9분기동안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 연구원은 “관련 지분가치와 사업가치의 재평가로 SK텔레콤의 주가 상승 가능성과 배당정책 모두 긍정적”이라며 “내년 중간배당금 수준은 유지, 혹은 상향 및 연간 주당배당금 수준 상향이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