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내년 예산 0.8% 늘어난 3659억원 확정 '금감원 독립론' 일축
당초 요청한 4100억원에는 못 미쳐…'문제의' 총인건비 예산 1%증가
금융감독원의 내년 예산이 소폭 증액되면서 관리‧감독 책임에 대한 무게감도 그만큼 커졌다. 금감원이 당초 요청한 예산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궁지에 몰린 현실을 감안하면 예산이 삭감되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하는 상황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내년도 금감원 예산을 올해 보다 0.8% 늘어난 3659억5400만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예산을 2.1% 늘인 3630억원으로 확정한데 이어 2년 연속 증액 결정이다.
금감원의 내년도 예산 가운데 가장 큰 항목은 인건비로 올해 보다 1% 늘어난 2205억2500만원 편성됐다. 증가폭이 가장 큰 항목은 사업예산 항목으로 전년(86억원) 대비 34.3% 인상된 115억8500만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금감원이 내년도 예산으로 4100억원을 요청했지만 금융위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예산지침 등을 고려해 경비와 자본예산에서 상당 부분 삭감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비 항목은 793억1500만원으로 올해(863억원) 보다 0.2% 감액됐다.
금융위는 "전산화 사업 예산에서 증액 요구안이 많았지만 이는 중장기적 정보화 전략의 일환으로 내년에 심의가 예정된 만큼 예산을 삭감했다"며 "경비의 경우 기재부 지침에 따라 전년도 수준에서 원칙적으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선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론에 휩싸인 금감원의 인건비를 대폭 삭감하는 등 전체 예산을 감액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동결에 가까운 소폭 증액'으로 감독기관의 기를 살려줬다는 평가다.
특히 금감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예산 독립론'을 외치는 등 금융위와 갈등을 빚었지만 예산삭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동안 금융위와 금감원이 주요 사안을 놓고 갈등을 빚는 등 관계가 소원할 때마다 예산 삭감으로 불똥이 튀었다.
내년도 금감원 예산의 증액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우호적인 금융위와 금감원 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읽힌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에서 주요 사안마다 이견을 드러내며 금감원의 예산을 2년 연속(2018~2019년) 삭감했다.
아울러 금감원이 유독 올해 예산에 예민한 것은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싼 관리‧감독 책임론과도 무관치 않다. 당초 금감원이 금융위에 올해 보다 470억원(12.9%) 증가한 4100억원의 내년도 예산을 신청하자 금융당국 내에서도 "너무 뻔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 예산은 기재부 지침에 따라 전년도 수준에서 원칙적으로 편성했다"면서 "원활하게 감독 업무를 하고, 지장이 없도록 예산 규모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또 "국정감사에서 거론된 예산 편성 독립 문제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