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악재될라…민주당, '공매도 금지 연장' 목소리 확대

양향자 "공매도 재개되면 개인투자자 반발 커"

與 정무위 간사도 "공매도 금지 연장할 수도"

지도부는 논의는 아직…일단 상황 예의주시

일각선 "정치적 이유로 원칙 흔들려" 비판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는 3월 15일 예정된 주식 공매도 금지 종료를 두고 정부여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3,000선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공매도가 재개돼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민심악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어질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13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그동안 공매도 상황이 일정 정도 불법 또는 불법으로 생각될 만한 사건들이 꽤 있어왔다"며 "(공매도에 대해) 순기능 보다는 지금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인식은 역기능이다. 그동안 개미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봐왔다는 피해의식에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공매도 시장의 문제점이 생겨 제도를 개선하고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도 "법과 제도 개선안을 최종적으로 만들고 그것들이 시장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본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하지 않다면 연기를 해야 될 것 같다"고 금지기간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양향자 전 최고위원은 "3월 15일 재개되면 시장 혼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며 "공매도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었다. 박용진 의원도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채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1월과 12일 국회 정무위 소위 논의와는 달라진 기류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공매도가 가진 순기능에 공감하고 제도개선을 통해 2021년 3월 15일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법개정까지 마쳤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서고, 공매도 금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더 커지자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셈이다.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 차원의 논의는 아직 없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연장을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한 적은 없다"며 "금융위의 제도개선과 정무위 차원의 논의를 일단 봐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지도부가 나서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도 민주당 지도부는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여론을 받아들여 공매도 금지기간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예정대로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이 압박하면 백기를 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을 신설하고 처벌 규정도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이날 입법예고했다. 그러면서도 공매도 재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참여자의 한 측면만 바라보고 제도를 만지는 것은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무위 소속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자꾸 문제를 뒤로 미룬다고 해서 풀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공매도 재개로 주식이 빠졌다는 여론 때문에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정치적 생각인데, 그 자체가 주식투자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공매도는 재개하는 게 원칙이고 (금지기간 연장 관련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미들이 원망을 하고 문자를 보내니 (의원들이) 제대로 말을 잘 못하고 있는데 그 자체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