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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펀드사태 '중징계' 예고…부실 관리 책임론 '부메랑'


입력 2021.02.09 06:00 수정 2021.02.08 14:15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라임 판매 금융권 CEO에 잇따라 중징계…관리부실 책임 '불똥'

금융권 "그럼 윤석헌도 책임져야" 금감원 노조도 "이런 모순이"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CEO들에게 '중징계'를 예고한 가운데 감독당국의 부실 관리‧감독 책임론 다시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당국이 펀드사태 수습 과정에서 금융사에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5일 라임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에 대한 제재심을 앞두고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각각 중징계인 '직무정지 상당'과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다.


이에 중징계가 확정되면 당장 옷을 벗어야 하는 은행권 CEO들이 제재결정에 불복해 소송으로 맞서는 등 법정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사의 지배구작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금융권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돼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벌써부터 징계 대상 금융사에선 "중징계는 과하다"며 소송전으로 맞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펀드사태에 휩싸인 금융사들은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CEO까지 제재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데다 과도한 책임전가라며 반발해왔다.


이미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금감원 제재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바 있다. 법원은 "금감원 제재에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이들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금융권 "내부통제 제대로 못한 윤석헌도 중징계감 아니냐"


금융권 일각에선 최근 금감원이 라임·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인 기업은행의 전 행장에게 당초 중징계를 통보했다가 경징계로 감경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다른 은행권 CEO들도 상황에 따라 징계수위가 낮춰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에선 기업은행의 '감경 사례'는 사모펀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사후 보상 노력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제재 수위를 정할 때 금융사의 소비자 피해 회복 노력 등을 '참작 사유'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특수성과 정권과의 밀접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사례는 시중은행의 경우와 여러모로 다르다. 징계수위 감경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금융권에선 사모펀드 사태를 막지 못한 부실 관리‧감독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금감원이 책임의 화살을 금융사 CEO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 입장에선 펀드사태를 둘러싼 책임론을 모면하기에 금융사에 중징계 칼을 뽑는 것만큼 손쉬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1일 성명서에서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최고경영자에게 묻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사모펀드 부실 대응 책임을 금감원 전체 직원에게 묻고 있으니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금감원의 '징계논리'대로라면 윤석헌 금감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금감원은 펀드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부실 관리‧감독 책임론뿐만 아니라 일부 직원들이 펀드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사에 무거운 책임을 물을수록 스스로 떠안아야할 책임론의 무게도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금융사의 내부 통제 미비를 근거로 CEO에 대한 중징계를 내리면 은행장을 비롯해 CEO들이 임기 내에 남아나질 않을 것"이라며 "이런 방식대로라면 금감원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윤석헌 원장도 중징계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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