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누가 좀스럽고, 누가 민망한가?


입력 2021.03.15 09:30 수정 2021.03.15 09:03        데스크 (desk@dailian.co.kr)

공직자 직무감찰 전문 감사원·수사 전문 검찰 빠져 있는데

‘이런 나라를 만들려고 정치를 시작했는지’ 초심 되돌아 보길

ⓒ데일리안 DB

LH 시절 직원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가운데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는 수사권도 없고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난 9일 국회 답변에서 실토했다.


주무부처의 장관이 이렇게 면구스러워 하는데도, 대통령도 그렇고 정부는 입만 열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제3기 신도시 투기를 조사하겠다”고 한다. 지금 조사에서는 공직자 직무감찰이 전문인 감사원(監査院)과 투기 등 수사 전문인 검찰(檢察)이 빠져 있는데, 어떻게 ‘정부 역량을 총동원’한다고 말을 할 수 있는가?


차라리 “경험과 역량이 축적된 기관은 빼고, 나머지들 모아서 연습 삼아 한번 자진신고를 받아보고, 안되면 그냥 덮고 넘어가야지 별수 없네요”라고 해야 맞는 거 아닌가?


모든 공무원이 대통령의 지휘권 안에 들지만, 특히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감찰 전문의 직속기관을 투기 조사에 투입하지도 못하는 대통령이 딱하다. 감사원과 검찰은 문재인 행정부 조직이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자진신고 형식의 일제 조사에서 민변과 참여연대가 의혹을 제기한 13명 외에, 고작 7명을 더해, 20명의 투기 혐의자를 찾아냈다.


더 조사를 한다지만, 취재 경험으로 보면 일선 기자 10명만 투입해도 이보다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후 살림집을 짓기 위해 경작 목적의 농민이 아니면 매입할 수 없는 농지를 취득한 사실이 켕기는지, 실효성 없는 지시만 남발하다가 급기야는 국민들에게 화를 낸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기다렸다는 듯이 청와대 산하 맹견(猛犬)이 엄호에 나선다.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고 했다. “개가 사나우면, 주막의 술이 쉰다”는 말이다.


아무리 맛있는 술이 있어도 문간에서 개가 사납게 짖으면 손님이 끊어진다. 일만 있으면 쉴드(shield)친다고, 사나운 개가 문간에서 짖어대면 사람은 접근이 어렵게 되고, 동네 개들만 우글거리게 된다. 지금 청와대 주변 풍경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규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이 퇴임 후 살림집 문제로 잡음이 없었다. 나머지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유감스럽지만 문 대통령까지 이 명단에 추가해야 할 판이다.


대통령 주변도 그렇다. 문 대통령은 전부터 귀향 의사를 밝혀왔다. 그렇다면 미리미리 법 조항도 살펴서 추진할 일이지, 언론에 보도가 되자 대통령이라고 농지를 슬쩍 대지로 바꿔주는 그런 일 처리를 하면 안된다. 그건 예외고 특혜고, 후진국 스타일이다.


이 문제는 이렇게 흘러갔어야 한다. 대통령의 농지 매입이 현행법 위반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관할 시청이 현장 확인을 한다. 사실로 밝혀져 대통령을 고발한다. 대통령이 이 부분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설명한다. 관련 법에 따라 경호 인력과 비서진들이 기거할 공간 마련 때문에 불가피하게 농지가 포함됐고, 과태료나 벌금을 내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차제에 도시인들의 마음 편한 귀향을 돕기 위한 법규를 정비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민주당에 전달한다.


국민이 바라는 규제 완화는 이런 것이고 이렇게 굴러가는 나라다.


농지의 절대 가치나 농지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지금은 먹을 것이 없어 아카시아 꽃을 수북이 담아놓고 쌀밥인양 퍼먹는 시절도 아니고, 복어알이 든 생선 내장을 주워다가 끓여 먹고 일가족이 숨지는 그런 때도 아니다.


그렇지만 신도시 이야기만 나오면 투기가 생기고 평소 토지와 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도 ‘투자 보다는 투기’에 가깝다.


30년 전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1기 신도시,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은 벌써 재개발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기반 잡힌 도시가 됐다. 물론 이때도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20년 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판교 동탄 운정 광교 위례 검단 등 2기 신도시 때도 투기가 있었다. 여기는 여태 교통 인프라도 미비하고 아직도 뒷감당에 힘들어한다.


그리고 지금의 3기 신도시, 또 다시 투기와 함께 대통령의 농지 구매 시비가 일어나니, 이 나라는 앞으로 가는가 뒤로 가는가?


대통령은 야당이나 국민더러 “좀 스럽다, 민망하다”고 화를 낼 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과 모여, ‘이런 나라를 만들려고 정치를 시작했는지’ 초심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국민들 눈에는 사소하지만 잘못을 인정할 용기를 못 내는 대통령이 ‘좀스럽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 앞에 절벽을 두고 날 뛰는 민주당을 보면 진짜 ‘민망(憫惘)하고’ 아찔한 생각이 든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