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시장에 ‘심폐소생’…새로운 활력 불어넣어
75년 노하우 담아 간편식 개발 강화…1인가구 공략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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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와 요리에센스 사업에 주력하던 샘표식품이 최근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주력제품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소용량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는가 하면, 나름의 레시피와 전문성을 무기로 가정간편식(HMR)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샘표식품은 지난해 9월 서양식 전문 프리미엄 브랜드 ‘폰타나’의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하고, 수프 등 상온 HMR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또 정통 아시안 푸드 브랜드 ‘티아시아키친’을 통해 1인용 카레 파우치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이전에도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인가구를 타깃으로 아침대용식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샘표는 간편식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1976년 깻잎 통조림을 시작으로 1977년 바로 끓여먹는 국수 제품을 선보였다. 여기에 ‘떡볶이 양념 소스’, ‘쓱쓱싹싹 밥도둑 밑반찬’ 등 샘표의 R&D 노하우를 담은 다양한 제품들을 추가로 내놓기도 했다.
자신감이 붙자 국물요리도 출시했다. 집에서도 맛있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간편식 전용육수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샤브샤브 육수를 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올해는 밀푀유나베 육수, 얼큰진한부대찌개 육수 등도 본격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샘표가 가정간편식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1인 가구가 크게 늘고 있는 데다, 이들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집에서 간단히 조리해 식사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지출이 늘면서 간편식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간장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포함된 데 이어,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가 두부 제조업과 장류(된장·간장·고추장·청국장) 제조업 등 5개 업종을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고, 샘표는 새로운 먹거리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문제는 이미 다수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어 시장 장벽이 높다는 데 있다. 샘표는 지난 2017년 야심차게 내놓은 컵밥 제품 ‘샘표 든든하게 밥먹자’ 5종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장류 시장 성장세 둔화를 극복하고 빠르게 증가하는 1인가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일환으로 만들었으나 참패했다.
유사제품의 범람과 홍보 부족이 강력하게 작용했다. 자본력이 좋은 대기업에 맞서 전투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못한 것과 판매채널 확보 부족 등이 영향을 미쳤다.
샘표 관계자는 “2017년 출시한 컵밥의 경우, 고객 반응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쌀의 식감, 맛 등에서 보완이 필요했지만 당시 쌀의 식감을 살리는 개선 방법을 찾지 못해 부득이하게 철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 퀄리티 높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문인력 보강, 소비자조사 강화, 지속적인 R&D 연구를 강화해 간편식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샘표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샘표는 가정간편식 출시와 함께 요리 과정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요리 과정을 대폭 줄이는 등 편의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샘표의 ‘요리에센스’가 대표적이다. 샘표는 다시다와 각종 천연조미료가 양분하고 있던 국내 시장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면서 요리에센스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12년 선보인 ‘연두’는 콩을 발효해 만든 100% 순식물성 제품으로 출시 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제품은 해외에서도 ‘매직소스’로 통할 만큼 인기다. 2018년 9월에는 뉴욕 맨해튼에 연두 킬러너리 스튜디오를 오픈하는 등 보폭 넓히기에 나섰다. 샘표는 향후에도 온-오프라인 채널을 더욱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소용량 제품도 잇따라 선보이는 중이다. 일단 개봉하면 빠른 시간 내 소진해야 하는 식품의 특성상 대용량 상품보다는 소용량 상품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판매 전략이다.
샘표 관계자는 “올해 75주년을 맞이하는 샘표는 식재료, 식문화, 조리법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우리맛 연구를 통한 샘표만의 맛 노하우가 가장 큰 강점”이라며 “가장 중요한 우리맛의 핵심인 간장, 된장 등 장류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개발을 진행하고자 한다”며 “제품을 개발하기 전 소비자 조사와 관능 조사를 타사 대비 다방면으로 철저하게 실시해 시장을 세분화하고 있다. 향후에도 다양하고 맛있는 HMR 출시를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