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어 3월에도 4대銀 가계대출 2조 넘게 늘어
금융당국 규제 본격화…은행도 대출 문턱 높일 듯
국내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올해 2월에 이어 3월에도 2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마저 넘어섰지만, 가파른 증가세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르는 모습이다.
고삐 풀린 가계대출을 잡기 위한 정부와 은행의 제한 조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놓을 금융시장 동향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이 보유한 가계대출 잔액은 총 551조957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2598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4대 은행의 월간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 2월 2조8455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2조원 대를 유지했다.
은행별로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우선 국민은행의 지난 3월 말 가계대출은 162조8805억원으로 전달보다 561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 역시 132조8070억원으로, 신한은행도 128조6887억원으로 각각 7933억원과 1744억원씩 가계대출이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가계대출은 7309억원 늘어난 127조5816억원을 나타냈다.
이들을 포함한 국내 은행권 전체의 가계대출은 앞선 한 달 전 1000억원을 돌파한 실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모든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총 1003조원으로 전달보다 6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2월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그럼에도 은행 가계대출이 계속 빠르게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금융권은 한은의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14일 한은은 지난달 은행의 대출 추이 등을 담은 금융시장 동향 분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3월에도 가계대출 확대 속도가 확연히 꺾이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여신 위험 관리는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향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가계대출이 몸집을 키울 수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0%대 저금리 기조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고, 이를 토대로 빚을 끌어 모아 투자에 나서자는 빚투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탓에 가계대출의 추이를 둘러싼 불안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칼을 빼들었다. 금융당국은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을 4%대까지 낮추기로 하고, 올해부터 관련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8%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까지 속도를 늦추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단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은행도 대출 문턱을 높인다.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대출행태지수 전망치에서 가계주택과 가계일반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 태도는 각각 -18과 -9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면 대출 태도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규모와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금융당국의 시그널도 한층 명확해진 만큼, 앞으로 대출에 일정 정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