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SKT 인적분할로 투자전문회사 신설...성장 발판 마련
향후 지주회사 자회사로 변동시 자금 조달-재원 마련 긍정적
SK하이닉스가 모회사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투자와 인수합병(M&A) 여력을 확보하면서 그룹 내 주력 계열사로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단행한 인텔의 낸드사업 인수로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낸드플래시 경쟁력 향상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투자·M&A 여력을 확보하면서 더 높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14일 관련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디지인프라컴퍼니(존속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투자전문회사(신설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단행하면서 투자전문회사를 통한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SK하이닉스는 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과 함께 ICT투자전문회사의 자회사로 속하게 됐다. SK브로드밴드는 AI&디지인프라컴퍼니의 자회사가 됐다.
SK하이닉스는 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 지위에는 변함이 없지만 ICT투자전문회사를 통한 투자와 M&A가 가능해지면서 더 높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M&A를 하려면 피인수기업(증손회사)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하는 제한이 있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51% 지분 투자가 허용되는 않는 것으로 타 법인과의 합작투자를 통한 조인트벤처(JV) 설립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설회사는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이면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보다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ICT투자전문회사가 M&A를 단행하면 SK하이닉스와 동일 선상에 있는 자회사로 삼는 구조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그룹 내 가장 높은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국내외 유망 회사 인수나 지분 투자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어려움이 다소나마 해소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이 이번 인적 분할로 “국내외 반도체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반도체 산업 발전에 추가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증권가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SKT의 ICT투자전문회사가 SK㈜와의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점도 SK하이닉스로서는 긍정적이다.
SK텔레콤이 ICT투자전문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 "합병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는 주가와 기존 주주들의 반발 등 현실적 이유를 감안한 현재 시점에서의 입장일뿐 향후 이러한 입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사의 합병이 이뤄지게 되면 SK하이닉스는 그룹 지주사인 SK㈜의 자회사 지위를 갖게 되면서 투자와 M&A 여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모회사인 투자전문회사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었던 투자를 SK하이닉스가 직접 할수 있게 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수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투자나 M&A를 위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했다면 합병은 자금 조달 및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 문제에서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투자전문회사 체제에서도 금융회사와 연기금 등과 펀드 조성 등을 통해 투자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향후 ICT투자전문회사와 SK㈜간 합병이 이뤄지게 되면 SK하이닉스의 직접 투자가 가능해지는 만큼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전문회사 체제에서도 과거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투자 사례처럼 컨소시엄이나 여러 계열사들을 통한 지분 투자는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인텔의 낸드사업 인수와 같은 대형 M&A 투자는 SK하이닉스가 직접 나설 수 있으면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