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정 경총 전무 "업종별 구분적용 심의 끝나기 전 요구안 발표 유감"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살리려면 최저임금 안정 우선돼야"
노동계가 24일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1만800원’ 요구안을 기습 발표한 것에 대해 경영계가 절차 상의 도의를 벗어났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해서도 청년들에겐 구직난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영세 기업들에겐 경영난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 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제5차 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요구안을 발표했다”면서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심의가 끝나기도 전에 노동계가 최초요구안을 발표하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와 과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날 회의 전 기자회견을 열고 최초요구안을 언론에 공개했다. 앞서 지난 22일 제4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이 노동계와 경영계에 각각의 요구안을 이번 5차 회의때 내놓을 것을 요청했으나 회의 전에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특히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심의를 먼저 진행한 후 노동계와 경영계의 요구안을 놓고 논의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이 역시 무시됐다.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8720원) 대비 인상폭이 23.8%에 달하는 1만800원의 요구안 자체에 대해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류 전무는 “어떻게든 생존하고자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누군가의 소득은 또 다른 누군가의 비용이 될 수 밖에 없는데, 한쪽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으로도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고, 구하더라도 근로시간이 짧아 이곳저곳 다시 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어려움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대출을 받아 생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하지 못하고 혼자 일하게 되거나 가족을 동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최저임금의 인상이 시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속도로 결정됐고,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이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회복으로 최저임금 인상 여력이 생겼다는 노동계의 주장도 일축했다. 류 전무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나, 일부 업종의 이야기일 뿐 실제 최저임금을 부담해야 하는 이분들에게는 하루하루가 한숨의 연속”이라며 “설상가상으로 주52시간제의 시행, 법정 공휴일의 유급화 확대, 대체 공휴일 확대는 중소기업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류 전무는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그리고 중소‧영세기업들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안정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면서 “올해 논의되는 업종별 구분도 많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고, 높아진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해 업종별 지불능력의 차이가 큰 만큼 내년에는 시행될 수 있도록 공익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되며,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은 매번 각자의 요구안을 고수해온 만큼 합의에 못 이르고 표결로 갈 경우 공익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사용자측이 주장해 온 업종별 구분도 수용 여부가 공익위원들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