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 시세, 온스당 20% 더 증가
하락 요인 없어…가격 변동성은 주의
KRX 금 거래 유리, 장기투자로 가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내 탄핵 정국에 따른 혼란에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으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금값은 지난해부터 미국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으로 강세를 이어왔지만, 대내외 변수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연일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연말까지도 이 같은 추세가 예상돼 '금테크(금+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 골드바 말고도 골드뱅킹·금 ETF…유의점은?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골드바(실물 금) ▲골드뱅킹(금 통장) ▲KRX거래 ▲금 ETF(상장지수펀드) 등이 있다.
가장 쉬운 투자는 시중은행이나 금은방에서 골드바를 구매하는 것이다. 10g·100g·1㎏ 등의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단, 금을 살 때 부가가치세 10%에 수수료 5%를 내야 하고 3~5% 가량의 세공비도 붙는다. 하지만 금 품귀 현상으로 시중은행에서 당분간 골드바를 구매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조폐공사의 수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대신 시중은행은 한국 금거래소로부터 골드바를 받아 판매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1㎏, 하나은행은 1㎏, 12.5㎏의 골드바만 구매 가능하다. LS MnM과 직접 거래하는 신한은행도 골드바를 판매 중이다. 이중 10g은 수요 급증으로 배송 지연이 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금 거래소를 통해 골드바(3.75g, 10g, 100g, 1kg)를 제공 중이다. 구매는 영업점, 인터넷, 각 은행 모바일뱅킹에서 할 수 있다.
현물 투자 대신 '골드뱅킹'으로 불리는 금 통장을 만들 수 있다. 골드뱅킹 계좌를 개설하면 0.01g 단위로 자유롭게 적립식 투자를 할 수 있다. 따로 금을 보관할 필요가 없는것이 장점이다. 다만 금을 사고 팔 때마다 거래 수수료가 1%가 붙고, 금을 팔 때 매매 차익에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한다.
골드바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골드뱅킹에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과 신한·우리은행 세 곳만 골드뱅킹을 취급하고 있다. 13일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896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본격 수요가 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말(7773억원) 대비 12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한국거래소(KRX) 금 거래도 각광받고 있다. 증권사 앱을 통해 'KRX 금 현물 계좌'를 개설해 주식 거래하듯 1g 단위로 금에 투자하는 것이다. 거래가 쉽고 수수료도 0.3% 수준이다.
김현섭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KB 골드&와이즈 더 퍼스트 도곡센터장은 "KRX 금 현물 상품이 수수료나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추천한다"고 전했다. 실물로 찾을 때는 거래 가격이 10% 부가가치세와 거래 수수료가 붙는다.
금 ETF도 있다. 별도 계좌 개설없이 증권사 계좌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다.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금 EFT 상품('ACE KRX금현물' 등 모두 6종)은 배당소득세 15.4%, 해외에 상장된 ETF에는 양도소득세가 적용된다는 단점이 있다. 대신 개인형 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으로 투자하면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다.
◆ "온스당 3300달러도"…분할매수 접근해야
금값은 올해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제 금 시세는 지난 11일 온스당 2942.70 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금 가격에는 '김치 프리미엄'이 붙었다. 전날 KRX 기준 금 1g은 종가 기준 16만1990원으로 집계됐다. 개장 이후 첫 16만원 돌파다. 같은 날 거래소가 공시한 국제 금값은 1g당 13만5710원이었다. 현재 금 1돈은 63만원을 넘었다.
금 값을 지지하는 요인은 안전자산 역할과 인플레이션 헤지(물가상승 위험 회피 수단)다. 미국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로 바뀌면서 금 시세는 강세 사이클로 접어들었는데, 최근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금의 선호도가 커졌다. 관세가 부여되면 미국 내 수입품의 가격이 올라 다시 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는데, 금은 이를 헤지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트럼프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있긴 하지만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종료되기 전까지 금 가격 방향성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1차적으로 금 가격은 온스당 3000달러를 도달할 것이고, 다음 목표가로 3300달러까지 말씀드린다"고 관측했다.
당분간은 금 값 하락의 재료도 보이지 않는다.
황 리서치부장은 "금 시세 속도 조절이나 숨고르기가 나오려면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가 돼야 하는데 현재로썬 강세 전망 자체가 바뀔만한 재료가 없다"면서도 "사상 최고치에서는 단기 조정이 나올 수 있고, 차액 실현의 욕구가 있어 분할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영아 우리은행 투체어스 W 압구정 PB지점장도 "금은 귀금속·원자재 가운데 투자 성과가 가장 유망한 자산”이라며 “온스당 20% 이상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값이 이미 고점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고, 금리 인하가 늦춰지면 금 수요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의 가격 변동성 등을 고려해 단기적투자는 피할 것을 권유한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0% 이내 비중이 적정하다는 분위기다.
김 도곡센터장은 "각 기관마다 금 가격 전망 차이가 매우 크지만,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의 금 가격은 올해의 전망치에 이미 근접해있다"며 "현재 국내 금 매수 가격이 국제 금가격 대비 18% 정도 비싸게 형성돼 있어 분할 매수를 추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시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