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저점통과 기대감↑
딥 밸류 평가에 올 들어 저가매수 유입 확대
美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 구축 규제 강화 우려
개인투자자들이 업황 개선과 실적 회복 기대감을 안고 삼성전자를 매집해 온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가 변수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반도체 관련주의 변동성 확대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1월2일~2월14일) 삼성전자를 8092억원 순매수 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순매수 차순위인 카카오(3355억원)와 비교해도 2.4배가량 규모가 큰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며 ‘극심한 저평가(Deep Value·딥 밸류)’ 상태에 놓여있단 관측이 저가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작년 32.23%(7만8500→5만3200원) 내렸는데 이 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4배에서 1.02배로 크게 떨어졌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값으로 투자 척도 가운데 하나다. 1배를 밑돌면 자산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더 낮다는 의미이며, 낮으면 낮을수록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에 대한 딥 밸류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주가는 5.26%(5만3200→5만6000원) 올랐으나 PBR은 14일 기준 1.08배에 머물러 있다. 이달 3일에는 0.98배로 1배를 밑돌기까지 했다.
저점 인식은 삼성전자의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더 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작년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 추정치(컨센서스)를 18.45%(1조4705억원) 밑도는 ‘실적 충격(어닝 쇼크)’이다.
증권가는 해당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가 저점은 통과했다고 보고 하반기로 향할수록 실적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딥시크 등장 이후 인공지능(AI)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을 점쳤다.
자사주 3조원 소각 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점도 긍정 요인으로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 이후 시장 컨센서스 실적 하향 조정이 일단락되어 향후 메모리와 파운드리 성과에 따라 실적 상향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1분기 실적 저점 확인 후 2분기부터 계단식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를 둘러싼 낙관론이 팽배한 시점에서 트럼프 리스크가 떠오르며 변동성 확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외신은 미국 백악관이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재협상을 추진 중이며 지출 일부를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법은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정책 중 하나다. 이 법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업체에 390억 달러의 보조금과 132억 달러의 연구개발(R&D) 지원금 등 5년 간 모두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반도체 보조금 수혜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포함돼 있어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기 막바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대미(對美) 투자기업과 보조금 지급 확정 계약을 체결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실제로 진행할 경우 글로벌 생산 전략을 조정해야 할 전망이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