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사기사건 처리 미루다 공소시효 넘긴 검사…공수처 '직무유기' 혐의 수사
법조계 "징계 정도 사안이고 고의성 입증 어려워 형사처벌 가능성 낮아"
"'유보부 이첩' 등 공검갈등 첨예한 상황에서 검찰 압박하려는 의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소액사기 범죄의 공소시효를 넘긴 평검사 사건을 '6호 사건'으로 지정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대다수는 검찰과 갈등을 빚고 있는 공수처가 형사처벌 가능성이 낮은 이 사건을 통해 검찰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2021 공제 6호' 사건으로 광주지검 해남지청 장모 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검사는 지난해 12월 전주지검에 재직하면서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소액사기 사건의 공소시효를 넘겨 피의자를 '공소권 없음'으로 무혐의 처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장 검사가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법무법인 동인 조주태 변호사는 "직무유기는 기본적으로 고의성이 있어야 성립한다"며 "단순히 사건 처리를 깜빡 잊은 경우엔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어 "검사가 업무량이 매우 많은 상황에서 급히 처리해야 할 구속사건 등이 있다면 실수로 다른 사건의 공소시효를 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검사가 고소인이 미워서 일부러 시효를 넘겼다는 것을 공수처가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비위 수사권' '유보부 이첩' 등을 놓고 공검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소시효 넘긴 검사를 정식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검찰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사가 사건 처리를 못 하고 공소시효를 넘긴 행위는 물론 잘못됐지만 징계 정도로 그칠 사안에 사건 번호를 달아 수사를 벌이는 것은 의아하다"며 "기득권층의 비리와 부패를 단속하라는 공수처의 출범 취지와 한참 동떨어진 것이고, 공검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검찰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밖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혁파하려는 공수처의 날선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그간 실수로 공소시효를 넘기는 일이 계속 있었고 내부에서도 이를 봐주는 문화가 팽배해 있었다"며 "공소시효 경과는 검찰의 중요한 과오로 이런 과오를 봐주지 말고 엄정하게 평가·경계하도록 하는 게 공수처가 설립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대검찰청에 공수처 출범 이후 자체 종결한 고위공직자 혐의 사건 내역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하는 등 검사 비위 수사권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지난 3월에는 '기소권 유보부 이첩'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사건과 이규원 검사 사건 등을 검찰에 재이첩하며 최종 기소권은 공수처가 행사하겠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하고 이규원 검사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는 등 이첩 우선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