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썹 인증 업체는 2만여곳, 담당 인력은 30명 안팎
불시점검 만으로는 경각심 높이기 어려워
일손 부족에서 오는 공백부터 해결해야
올해는 유독 식품 관련 안전사고가 많았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엔 김밥집에서 시작된 식중독 사고로 한 달간 1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일부는 사망에 이르면서 한 때 ‘김밥 포비아(공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어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는 폐기대상 식재료를 재사용하다 적발돼 논란이 됐고, 이달에는 연매출 400억원 규모의 순대업체의 비위생적인 생산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최근 몇 달간 발생한 3건의 음식은 모두 계절을 가리지 않고 손쉽게 구매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연이은 식품사고에 소비자들의 불안은 어느 때보다 높다. 장바구니 물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순대업체의 경우 정부가 공인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업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식품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마저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에 대한 허탈감과 분노는 덤이다.
식품사고 문제는 비단 올해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국내 수 십 만개의 음식점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항상 일어난다. 그럼에도 올해가 유독 심각하다는 말이 나오는 데는 식품기업과 함께 보건당국의 책임도 분명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해썹 인증을 받은 식품업체는 8650개, 축산물 업체는 1만3873개 등 2만개가 넘는다.
하지만 해썹 인증 심사와 사후평가까지 맡고 있는 식약처의 지도관은 30명 내외에 불과하다.
보통 2인 1조로 활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15개조가 연간 전국 곳곳에 위치해 있는 2만여곳의 기업을 방문해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정기평가 외에도 불시점검을 통해 식품기업들에게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고 하지만 일손 부족에서 오는 공백을 모두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순대 공장 사건만 해도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
정부 안전관리의 공백과 사각지대는 곧 사고로 이어지고 국민들의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식품안전에 대한 불감증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먹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3요소인 의식주 중 한 가지다.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는 기본적인 국민의 삶을 지탱하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