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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고차 '트레이드 인'으로 수입차와 역차별 벗어나나


입력 2022.03.18 10:44 수정 2022.03.18 10:5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트레이드 인, 중고차-신차 연계 판매로 신차 교체수요 유도 효과

벤츠‧BMW 등 수입차는 트레이드 인 효과 톡톡…국내 업체 역차별

중고차 매매업계 트레이드 인 방식 금지 요구…사업조정심의회 관건

정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장안평자동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으로 중고차 사업 진출이 가능하게 된 현대자동차가 당초 구상대로 트레이드 인(중고차 매입 연계 신차 보상판매) 방식을 통한 중고차와 신차 사업간 시너지 창출로 수입차와의 역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는 완성차 업체들의 트레이드 인 방식 중고차 매입을 반대하고 있어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내리는 결론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사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가장 큰 배경은 중고차 사업 자체보다는 신차 판매와의 연계를 통한 신차 교체수요 유도다.


즉,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트레이드 인’이 완성차 업체들이 추구하는 중고차 사업의 핵심인 것이다.


트레이드 인 방식이 보편화되면 완성차 업체들은 ‘생애 첫 차’ 고객을 계속해서 자사 브랜드로 잡아둘 수 있게 된다. 또, 중고차의 잔존가치를 일정부분 보장해주고 중고차 판매와 신차 구매를 ‘원 스톱’으로 편리하게 서비스해주면서 신차 교체수요를 유도할 수도 있다.


"3년 타다 갈아타세요"…수입차 업계 '트레이드 인'으로 신차 교체 유도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의 트레이드 인 방식 잔존가치보장 리스 프로그램 안내 페이지.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실제 국내 진출한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 브랜드들은 금융 자회사들을 통해 잔존가치 보장 할부나 리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잦은 신차 교체를 유도하고 있다.


수입차 구매자들이 신차를 구입해 3년 내외로 할부금을 납입하다가 할부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 브랜드의 다른 신차로 갈아타는 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매입한 중고차의 수리와 품질인증을 거쳐 보증기간을 연장한 인증 중고차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하며 신차와 중고차의 회전율을 높인다.


BMW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의 트레이드 인 방식 잔존가치 보장 할부 프로그램 안내 페이지. BMW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제한되면서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이라는 결론을 받아든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은 곧바로 트레이드 인 방식의 서비스 도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7일 중고차 사업 방향을 공개하면서 트레이드 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자체 시스템 등을 통해 차량 성능·상태 및 이력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공정한 가격으로 고객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입 시 할인까지 제공함으로써 중고차 처리와 신차구입을 원스톱으로 가능케 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고차 매매업계, 완성차 트레이드 인 방식 중고차 매매 반대로 진통 예상


문제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의 반발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는 데 법적 걸림돌은 사라졌으나, ‘사업조정제도’라는 제도적 걸림돌은 남아있다.


사업조정제도란 중소기업이 심각한 경영상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대기업의 사업인수·개시·확장 유예 또는 사업축소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율 합의토록 정부가 중재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이 조정을 신청하면 해당 사안에 관련된 대‧중소기업간 자율조정을 거쳐 중소벤처기업부가 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그 결과에 따라 이행을 권고하며 불이행시 이행을 명령할 수 있게 돼 있다. 명령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중고차 매매업계 대표 단체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이 제도를 이용해 지난 1월 현대차와 기아에 대해 사업조정을 신청한 바 있으며, 중기부는 현대차에 사업 일시정지를 권고한 상태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도 지난 17일 중고차 사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을 결정하는 대신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사업조정심의회에서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사업조정심의회에 앞서 진행 중인 자율조정 단계에서 중고차 매매업계가 트레이드 인 구매방식 금지 등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또 다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고차 매매업계는 지난해 완성차 업계와의 협의체인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에서 완성차 업계의 제시안 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점유율 제한 및 신차 판매권 할당과 함께 트레이드 인 구매방식 금지를 요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조정심의회에서 트레이드 인 구매방식 금지를 권고할 경우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상당부분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신차를 사려는 고객에게 중고차를 대신 팔아주고 그 차액만큼 구매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신차 교체수요를 유인하는 게 완성차 업체들이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 방식인데, 그걸 못하게 하고 플랫폼 자체를 넘기라고 한다면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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