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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만 호구 잡힌 청년희망적금 [부광우의 싫존주의]


입력 2022.03.21 07:00 수정 2022.03.21 05:5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쫓기듯 모두 가입 선언한 정부

은행은 돈만 내고 들러리 신세

청년희망적금이 출시된 2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점에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시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년희망적금 시즌1이 마무리됐다. 연 최고 10%대에 달하는 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정책 적금 상품이 나왔다는 소식에 29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가 몰렸고, 그 만큼 잡음도 무성했다.


정부 예산이 충분치 않은 탓에 서두르지 않으면 기회를 챙기지 못 할 수 있다는 불안이 일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2주 간 전원 가입을 선언했다. 소득이 없는 취업준비생은 받아주지 않으면서 외국인은 가입이 가능하다는 소식에 역차별 논란도 일었다.


청년희망적금 시즌2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직업을 가진 지 얼마 안 된 사회초년생에 대한 기회를 몇 달 뒤 다시 제공할 것으로 보이면서다. 2020년까지 마땅한 벌이가 없어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일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소득이 확정되는 7~8월경 이후 재가입을 검토 중이다.


소란이 계속되자 아예 새 정부에서 내놓겠다는 적금을 둘러싼 대기수요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청년도약계좌는 등장 전부터 ‘청년 1억 통장’으로 불리며 관심을 받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매달 70만원 한도 내에서 일정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월 최대 40만원을 지원해 10년 만기로 1억원을 만들어주는 계좌다.


문제는 이래저래 생색을 내는 정부와 이를 바라보는 청년들 뒤에서 은행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희망적금은 은행이 제공하는 기본금리 5%에 정부지원금을 더해 최대 10%대의 이자율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은행의 자유적립 적금의 금리가 연 2.5% 수준임을 감안하면, 계좌마다 은행이 2.5%p 가량의 이자율을 추가 부담하는 구조다.


정부는 당초 준비한 저축장려금 예산은 38만명분인 456억원뿐이었다. 은행은 이 예산이 소진되면 상품 판매도 중단될 줄 알았다. 그런데 출시 초반 가입자를 모두 받아주라는 정부 방침이 나오면서 엄청난 비용을 떠안게 됐다.


청년희망적금에 50만원씩 2년간 납입한다고 가정하면 가입자가 38만명일 때 은행이 책임져야 할 이자는 약 1187억원이다. 하지만 290만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9062억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예기치 못하게 최대 7875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짊어지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에서는 우리가 호구냐는 격한 반응마저 나온다. 아무런 논의도 없이 갑자기 가입자를 무제한으로 풀어 준 금융당국의 의사결정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뜩이나 이자 마진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에 남몰래 속만 앓는 모양새다.


돈 낼 사람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주문부터 하고 보는 이들과의 식사 자리에는 호의가 마르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연일 금융 산업 진흥을 외치고 있는 정부가 정말 그들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강요된 희생은 권력의 폭력일 따름이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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