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곡물가 인상 등 식탁물가 고공행진
경매 참여하고 사전 기획까지 역할 커진 상품MD
부담 낮춘 초저가 전략 상품 판매 ‘껑충’
국제곡물가 인상 등 여파로 국내 신선‧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식탁물가 안정을 위해 유통업계가 발 벗고 나섰다.
한우 경매에 직접 참여해 유통단계를 줄이는가 하면 대량매입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식이다. 수입산의 경우 작황이 안 좋거나 가격이 비싼 기존 수입처 대신 새로운 수입선을 발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으로 전년 동월보다 5.4% 상승했다.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에서도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돼지고기, 커피 등 주요 수입품의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 3조원 규모의 대책을 내놨지만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물가를 잡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유통업계도 식탁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한 번에 사들이는 양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한편 적극적인 수입선 개척을 통해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상품 찾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최대 고민인 밥상물가 안정과 더불어 엔데믹 전환으로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몰리고 있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차별화 전략인 셈이다.
경매 참여해 유통단계 축소하고 대량매입으로 가격 낮춰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마트는 한우 공판장에서 진행하는 경매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상품 MD가 직접 물건을 살펴보고 구매하다 보니 제품의 질은 물론 유통 단계를 축소해 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육류는 최근 국제 곡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가격이 치솟으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날로 더해가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롯데마트 측은 "자사 한우 바이어는 한우 산지인 충북 음성과 경기 부천 축산물 공판장 경매에 참여해 좋은 품질의 한우를 엄선하고 있다"며 "8일까지 진행되는 육육데이(6월6일) 행사에선 5월 한달 간 매일 경매에 참여해 직접 구매 물량 비중을 80%까지 높였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6개월에 걸친 사전기획과 대량매입을 통해 국산 생물 참다랑어회를 시세의 반값 수준에 선보였다.
이마트 생선회 바이어는 올해 초부터 욕지도에 위치한 참다랑어 양식장을 거의 매주 방문하면서 총 13톤의 80kg 내외 급 참다랑어 물량을 확보했다.
보통 참다랑어는 마리 단위로 거래된다. 한 마리의 무게가 크고, 특히 손질이 어려워 대량매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이마트와 협업관계를 맺은 ‘남평 참다랑어’는 2009년부터 참다랑어를 키웠지만, 3톤 이상 물량을 한 번에 거래하는 것은 처음이다.
편의점 CU는 최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을 위해 가성비를 높인 득템 시리즈의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현재 CU에서 운영 중인 득템 시리즈 상품은 즉석밥, 라면, 김치, 우유, 시리얼 등 총 10여 종이다.
특히, 최근 계란 가격이 큰 폭으로 뛰자 초저가 생란인 헤이루 계란득템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월 대비 22.3%나 껑충 뛰었다. 해당 상품은 연간 판매 물량을 사전 계약해 안정적인 수급을 바탕으로 대형마트 가격보다 최대 19% 낮춘 것이 인기 요인이다.
또 이달부터는 여름철 수요가 급증하는 아이스크림 반값 할인 행사와 함께 오는 15일에는 10년 전 가격인 400원짜리 아이스크림도 새롭게 선보인다.
지난달에는 뉴질랜드에서 직소싱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카피티(KAPITI)를 선보였다. 1L 대용량으로 일반 파인트 상품 대비 용량은 2배 이상 크지만 가격은 동일하다.
신 수입선 개척 활발…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상품 소싱 주력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수입선 개척도 활발하다.
전 세계 유통망 인프라를 총동원해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상품을 소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한 번에 수입하는 물량이 많다보니 가격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마트는 주 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폭염 등으로 인해 오렌지 시세가 작년 대비 상승하면서 전체 수입 물량 중 직소싱 비중을 지난해 50% 수준에서 올해 80%까지 늘려 유통 단계를 축소했다.
아울러 기존 미국에서 들여오던 오렌지의 절반가량을 스페인산으로 대체하고, 최근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뛴 미국산 자몽 대신 가격이 20%가량 저렴한 이스라엘산 확보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주로 미국에서 수입하던 체리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우즈베키스탄산으로 대체했고, 롯데마트는 주로 필리핀에서 들여오던 바나나가 올 들어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뛰자 베트남산으로 수입선을 다변화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간 모바일 장보기에 익숙했던 소비자들도 엔데믹 전환을 계기로 매장을 찾는 횟수가 크게 늘었다”면서 “온라인몰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신선식품에 경쟁력에 집중해 차별화하는 한편 물가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