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산업 구조변화 등으로 고용의 질이 저하됨에 따라 이를 위한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일 한국은행이 2015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경제활동인구조사 미시자료를 이용해 고용의 질 지수를 산출하고, 감염병 확산 충격으로부터의 회복 정도를 평가한 결과 최근 고용의 질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긍정적이지만 회복 속도는 고용의 양 대비 다소 더뎌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20년 1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의 질 지수는 종사상지위의 안정성, 근로시간, 노동자가 속한 부문(산업, 종사자규모, 직업)의 실직위험 3가지 항목을 이용해 산출했다. 3가지 평가항목 중 2가지 이상 항목에서 취약하다고 평가될 경우 ‘취약노동자’로 정의했으며, 이 중 2가지 항목이 취약하면 ‘다소 취약군’, 3가지 항목 모두에서 취약하면 ‘매우 취약군’으로 분류했다.
고용의 질 회복속도가 더딘 배경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거리 부재, 사업부진, 조업중단 등 근로시간이 부족(주당 36시간 미만)한 노동자의 비중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데 주로 기인한다. 또 근로시간 감소가 고용이 불안정하고 실직위험이 큰 노동자를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매우 취약군’의 비중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이러한 매우 취약군의 비중 상승은 고용의 질이 양호한 노동자와 취약한 노동자 간 고용의 질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매우 취약군 뿐만 아니라 매우 양호한 노동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고용의 질 분포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별·연령별로 보면 남성 대비 여성의 취약노동자 비중이 더 높으며, 고령층의 경우 팬데믹 직후 고용의 질이 크게 악화됐다. 핵심노동연령층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취약노동자 비중이 높은 현상은 경력단절 후 재취업 등의 영향으로 40대 이상 여성의 고용의 질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남성 대비 여성의 고용의 질이 낮은 현상은 중장기적으로 여성경제활동참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여성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또 산업 구조변화 등으로 근로시간 정상화가 힘든 노동자의 이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환경(사회안전망, 수요자 중심 직업교육 및 고용서비스 강화 등)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