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평창 영화제 연이어 중단 또는 폐지
“지역 경제 활성화·문화예술 소외 지역민들과 상생 고려않는 행태 아쉽다”
코로나19 위기도 버텨낸 지역 영화제들이 최근 갑작스럽게 폐지 또는 중단되며 영화계의 안타까움을 유발하고 있다. 3년 전 막을 올린 뒤 차근차근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던 강원지역의 영화제 두 개가 중단됐으며, 울산국제영화제는 개최 1년 만에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의 통합을 논의 중이다.
지난달 25일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영화제 예산 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자체의 현실적인 문제로 더 이상 영화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영화제 폐지 소식을 전했다.
강릉·평창 영화제 연이은 중단·폐지…영화계 우려 이어져
지난 2019년 시작한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평화, 공존, 번영을 주제로 한 영화제로, 다양한 영화 상영은 물론, 각종 전시, 공연 등을 활발하게 선보이며 사랑을 받았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철저한 방역을 거치며 영화제를 안전하게 치러냈으나, 강원도가 내년도 영화제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면서 4년 만에 폐지를 하게 됐다. 올해 평창영화제는 도와 평창군이 지원하는 18억 원과 3억 원으로 개최했었다.
강릉국제영화제 또한 비슷한 이유로 영화제 개최를 중단했다. 지난 7월 개최된 강릉국제영화제 임시총회에서는 11월 3일 개최를 목표로 준비해온 제4회 영화제 개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임시총회에서는 강릉시의 예산 및 행정 지원 없이는 영화제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중단 이유를 설명했었다.
영화계에서는 갑작스러운 폐지 소식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예산 문제 등을 내세우지만, 단체장이 교체된 지자체에서 이 같은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결국 전 단체장 행적을 지우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 물론 지자체에서 영화제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으나, 폐지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히고 있다.
영화제작가협회는 강릉국제영화제 폐지 소식 이후 “폐지 결정 과정은 영화제 집행위원회 측과 사전 논의조차 없이 일방적이어서 황망하기 짝이 없다. 문향의 도시 강릉의 정체성을 살려 문학과 영화의 연계점을 축제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해 온 영화제 측과 제4회 개막을 기다려 온 해외 및 국내 영화인들과 관객들은 이 일방적 폐지 결정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며 “영화제는 지자체장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비난했었다.
자립 힘든 영화제, ‘지속’ 해야 할까
물론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지역 영화제들의 고질적인 문제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지역 영화제들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만 해도 매년 각 지역에서는 약 200개의 영화제들이 열리곤 했었다. 이에 자립이 불가능한 영화제들이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
그러나 문화예술 행사의 가치를 단순히 수익 측면으로만 해석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축제의 의미는 물론,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고 신인 감독들을 발굴하기도 하는 등 수익 외적인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영은 물론, 각종 전시, 공연들도 함께 이뤄지면서 영화를 넘어 지역 문화예술 전반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한 영화제 관계자는 “지금 사라지는 영화제들은 문화예술분야에서 소외된 지역군들이 대부분이다. 한 예로 평창에는 멀티플렉스와 같은 자원이 없는 곳이며 작은 영화관이 한 곳 있지만, 그마저도 읍면리 단위 지역에서 가려면 자차를 이용해도 1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거리가 멀다”면서 “지역에서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느끼는 건 사람들이 없던 동네를 그 기간 만큼은 활성화가 된다는 것이다. 영화제를 통해 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경제 활성화 측면과 문화예술에서 소외된 지역민들과 상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행태가 아쉽다”라고 말했다.
물론 영화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자립을 위한 노력도 함께 동반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영화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부담금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라며 “예산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행정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줘 자립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행사장, 공간 대여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협조를 받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지역과 더욱 밀접하게 어우러져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들도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