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정점 달하면서 李 리더십 본격 시험대
비명계 '李 대표직 사퇴' '비대위 전환' 주장 거세져
당 지지율 하락세 못 면하면 李 탈당 요구 가능성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새해에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대선 이후 본격화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곧 정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은 물론 자신의 차기 대권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검찰로부터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오는 10~12일께 출석 요청을 받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대표는 이 외에도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등 각종 의혹 수사에 연루돼 있다. 이처럼 줄지은 '사법 리스크'에 이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리는 모습이다.
지난 8·28 전당대회를 전후로 불거졌던 당내 사법 리스크 논란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을 시작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피의자로 적시한 검찰 소환장이 최근 당대표실로 날아들자 비명(비이재명)계의 '이재명 당대표직 사퇴'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 주장이 거세졌다.
특히 이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에 불응한 지난 28일에는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경우 이 대표를 향한 탈당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과거에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에 대해서도 탈당 요구가 있었다"며 "윤석열 정부가 저렇게 못하는데도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을 쫓아가지 못한다면, 그 원인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고 판단이 선다면, 검찰이 아무런 증거도 들이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탈당) 요구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내 분위기에 대해 "검찰이 정확한 물증과 증거를 들이대지 못하고 있으니 임계점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도저히 희망이 없다고 하는 지점까지 됐을 때 이제 끓어오르기 시작하지 않겠나. 그 때가 되면 아마 전혀 다른 국면이 민주당 내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당내에서는 공개적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지금은 다들 지켜만 보고 있지만, 때가 되면 목소리를 다들 내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현재 민주당은) 방 안의 코끼리"라며 "모든 사람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야당 탄압' '정치 탄압'이라는 구호 아래 당장은 단일대오가 유지될지 모르지만 '사법 리스크'가 지속될수록 당내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내부 균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당 지지율이 석달만에 20%대로 내려앉았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NBS)가 지난 26~28일 설문한 12월 5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은 32%, 민주당은 28%를 기록했다.
여야 모두 지지율이 떨어진 결과이지만, 민주당의 경우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운 결과로 해석된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내 균열 감지되자 단일대오 전열 재정비 나서
새해 되자마자 문재인 예방하며 '친문 끌어안기'
이 대표가 취임 후 자신은 민생 행보, 다른 지도부는 검찰 수사 관련 방어에 나서는 등 일종의 역할 분담을 했던 것에서 최근 투트랙으로 전략을 바꾼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30일 2022년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사정권의 폭력적 정치보복 때문에 민주주의는 민주화 이후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민주당은 총체적 위기 앞에 놓인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다시 한번 결의를 굳게 다지겠다. 민생경제·민주주의·평화를 모두 망가트린 정권에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찾아서도 "이재명을 죽인다고 그들(윤석열 정부)의 무능, 무책임함이 가려지겠느냐"며 "이재명이 죽으면 끝이냐. 또다른 이재명이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함께 싸워야 한다"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새해를 맞자마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도 단일대오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1일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같은날 오후에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다음날인 2일에는 부산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만난다. '친문 끌어안기' 차원에서 이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날 거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