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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표의원 선출했지만…둘로 갈라진 경기도의회 국힘


입력 2023.07.12 00:35 수정 2023.07.12 16:35        유진상 기자 (yjs@dailian.co.kr)

소속 의원 78명 중 출석 53명…찬성 42명 불과

오랜 내홍에 경기도당 나서…자치분권 '역행' 의견도

제11대 경기도의회 후반기 의장도 민주당 우세 점쳐

경기도의회청사 전경.ⓒ

제 11대 경기도의회가 출범한 후 1년여간 내홍을 겪던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지난 11일 새 대표를 선출했다. 이 날은 경기도의회 ‘제370 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열린 날이다.


의회 전반기 시작 당시 대표의원 선출 과정에서 '절차상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당시 투표를 통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아 비롯된 사단이었다.


일반적으로 광역이나 기초의회의 경우 대표의원의 임기는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관례적으로 2년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도의회 국힘의 사태는 이런 관례를 깨버렸다.


경기도의회 국힘은 그동안 둘로 갈라졌었다. 곽미숙 전 대표의원측과 이를 신임하지 않았던 '정상화추진단'이 분란의 모체들이었다.


왜 그랬을까. 당시 정상화추진단이 문제로 삼았던 부분은 신임 의장 선출에서 국힘이 유리한데도 불구하고 곽미숙 전 대표 의원이 초·재선의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패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초·재선의원들의 목소리라는 것이 무엇일까 곱씹어보면 '상임위 배분'에 대한 불만으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정상화추진단은 대표 선출 이후 석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신임안건을 곽 대표에게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곽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정상화추진단은 대표가 진행하는 일에 보이콧을 하기 시작했다. 곽 전 대표의 외로운 1년간 투쟁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이러한 당내 내홍은 경기도의회 내부는 물론 집행부와의 관계에도 불협화음을 발생시켰고, 곽 대표는 '자기 정치'만 한다는 식으로 매도됐다.


이런 도중 정추위는 지난해 9월 23일 수원지법에 곽 전 대표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내용은 국민의힘 당규에 따라 의원총회를 통해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데, 곽 대표는 도의원 상견례 자리에서 재선 이상 의원 15명의 추대로 선출돼 나머지 60명이 넘는 초선의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당시 상견례에 오지 않았던 단 한 명의 의원이 대표의원 출마 의사가 있었기에 선거권을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9일 이를 받아들였다. 곽미숙 전 대표는 공식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새 대표 선출됐지만 이미 '한지붕 두가족'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이날 단독 후보로 출마한 초선의 김정호 의원을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투표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78명 중 53명이 참여했고 4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9표, 기권은 2표였다. 4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가까스로 넘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신임 대표 선출로 국힘 내부 분란은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앙금은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다.


곽미숙 전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의 한 일원으로서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오늘의 상황까지 당의 결정에 반하려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선 말씀드린다"며 "다만,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의 결정에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고 했다.


이어 "2022년 8월 9일 의장선출을 위해 열렸던 의원총회가 떠오른다. 1년 전 이 자리에서 양우식 의원은 상임위원장 초선 의원 배분을 요구하며, 전반기 의장이 우리 국민의힘에서 선출되지 못한다면 저의 대표의원직 사퇴를 강요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관례에 따라 충분한 절차를 지켰음에도 이를 부정하고, 같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들께서 저를 상대로 법원의 문을 두드린 일의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곽 전 대표는 "오늘의 결정이 진정 분란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더 큰 갈등의 씨앗만 품게 됐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며 "현재 대표의원 직위·직무와 관련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 결과가 제시되어야 오늘 결정의 바탕이 된 저의 대표 선출 절차에 대한 정당성 여부도 명확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원고가 소를 취하하면 곽 전 대표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은 들을 수 없게 된다.


양우식 의원은 곽 전 대표의원 주장에 대해 "모두 허위다. 반복 유포시 고발 등 법적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정호 신임 대표의원은 신임 대표의원으로 선출된 후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집행부 견제를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의원들 의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또 하반기 의장은 반드시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가능할지는 지켜보면 알게 될 일이다.


'내홍' 중재 나선 국민의힘 경기도당


앞서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내분이 계속되자 경기도당이 중재를 하고 나섰었다. 당시 도당위원장이었던 유의동 의원이 중재를 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정추위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결국 도당은 대표의원의 임기를 1년으로 줄이는 안을 추진했다.


국힘 경기도당은 지난 9일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에 광역·기초의회 대표의원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는 당규 개정 안건을 부의했다.


국민의힘 당규 지방조직운영 규정 제18조 2항의 광역의원총회·기초의원협의회에 원내대표와 회장 1인을 두고, 임기는 1년으로 명시한 것을 각급 의회에도 적용하도록 하는 안이었다. 이 안은 결국 통과됐고, 이에 따라 경기도의회 국힘은 신임 대표의원 선거를 하게 됐다.


하지만 이를 놓고 '자치분권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지방정부의회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대한 조직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한 의원은 "자체 결정을 통해 선출한 대표 의원인데도 시간이 바뀐 뒤 이해가 안 맞는다 해서 바꾸려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데, 도당이 중앙당에 요청해 자체 당규까지 바꿔가면서 대표 의원을 바꾸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또 자치분권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날 국힘 경기도당은 신임 원내대표와 함께 경기도의회 의사담당관실을 방문해 김정호 의원이 광역의원총회 원내대표가 됐음을 알리는 내용을 공문으로 전달했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이 초복을 맞아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경기도의회 제공
미소짓는 경기도의회 민주


일련의 사안들을 놓고 경기도의회 민주당은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다.


도의회 국힘이 내부적으로 극한 대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의장직을 국힘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전반기 의장은 78대 78 상황에서 연장자를 우선하는 경기도의회 회의규칙상 국민의힘 후보 당선이 유리했으나, 내부 갈등으로 차순위자인 민주당 후보 염종현 현 의장이 선출됐다.


현재는 민주에서 1석이 궐위된 상태이나 내년 4월 총선에서 보궐이 이뤄지면 다시 채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국힘과 2석 이상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총선 출마 등의 변수와 상대 당의 현 상황을 이용하면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염종현 경기도의장의 개회사가 눈여겨볼만하다.


염 의장은 이날 국힘 의총이 끝난 후 임시회를 개회하면서 “남은 3년의 임기도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며 온전히 받아들인다’라는 존이구동의 정신과 자세로 소통과 협치의 새시대를 열어젖히겠다”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남은 3년의 임기'이다. 국힘 김정호 신임 대표의원의 '차기 의장' 발언을 인지하고 일부러 문구를 넣었다면 억측일 수도 있으나, 적극적 해석을 하면 본인이, 소극적 해석을 하자면 더불어민주당이 의장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진상 기자 (y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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