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경기도 의정부 호원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고 이영승 교사가 4년간 자신을 괴롭힌 학부모의 끈질긴 요구에 월급날마다 50만원씩 여덟 차례, 총 400만원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MBC에 따르면 이 씨는 수업 중 손등을 다친 학생의 부모로부터 보상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 결국 사비로 보상금을 지급했다.
부임 첫 해인 2016년 이 씨가 담임을 맡은 6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업 중 일어난 사고라서 학생 측에 학교 안전 공제회 보상금 2백만 원이 지급됐다.
이듬해 학생은 졸업을 했고, 이 씨는 군입대를 했으나 학생 측 부모는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학교 측은 휴직하고 군 복무 중인 이 씨에게 직접 해결하라고 했다는 것.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학교 행정당국에서 연락이 왔다고(하더라)"며 "전화를 안 오게 하든가 뭐 돈을 주든가 치료비를 주든가 (하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군 복무 중임에도 합의를 계속 종용받자 이 씨는 2018년 2월에 한 번, 3월 휴가 때 세 번, 6월에도 휴가를 내고 학부모를 만났다고 한다.
이 씨의 통장에는 지난 2019년 4월 17일 2백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이 입금된 당일 50만원 계좌 이체가 이뤄졌다. 이렇게 여덟 달 동안 월급날에 계좌이체가 반복됐다. 총 금액은 400만원이었다.
계좌이체로 돈을 송금받은 사람은 '페트병 사고' 학생의 부모였다.
당시 사고로 학생은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8cm의 상처가 생겼는데, 흉터 1cm를 없애는 데 통상 10만 원 초반의 비용이 든 다는 것을 감안하면 학교 안전 공제회 보상금 141만 원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MBC는 보도했다.
돈을 송금받은 학부모는 이 씨에게 400만원 받고서도 2차 수술을 언급하며 또 다시 연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의 동료교사는 "작고 하시기 한 달 정도 됐을까요? 학생이 손을 다친 그 일에 대해서 지금 또 학부모가 연락을 한다"며 "재판에 관련된 이야기도 이렇게 약간 언급을 했었는데…"라고 전했다.
이 씨 유족 측은 해당 학부모에 대한 형사고소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이 씨의 아버지는 최근 SNS에 확산하고 있는 학부모의 신상 정보 유포 및 학생에 대한 비난과 관련해 멈춰 줄 것을 호소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행위에 대해서 위법이 있으면 벌을 해야지, 우리 영승이 첫 제자를 그렇게 사적인 제재를 한다는 것은 저로서도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라며 "멈춰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