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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2개국에 울려퍼지는 한국농업의 산실 ‘코피아’ [新농사직썰-케이팜①]


입력 2024.04.18 06:30 수정 2024.04.22 09:52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15년간 개발도상국 식량난 해결 선구자

현지 맞춤형 기술 보급으로 연착륙

해외에서 인정받은 진정한 ‘농업외교’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이 22개국에서 한국 농업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혼신을 다하고 있다. 개도국의 식량난 해결이라는 대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척박한 환경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코피아 센터 직원들이야 말로 진정한 '농업외교'의 산물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2023년 출발한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1과 시즌2가 국내 농업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3는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농업기술’이 핵심이다. 시즌3 부제는 ‘케이팜(K-Farm)’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과 같이 세계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이들의 눈부신 ‘농업외교’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농업은 원초적으로 먹고 살기 위한 ‘생존’에서 시작됐다. 인류가 탄생한 시점부터 농업은 함께 성장했다. 우리나라도 불과 10~15년 전에는 농업이 가장 중요한 정책 사업 중 하나였다. 이런 우리나라 농업이 최근 들어 디지털과 융합해 첨단 농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제 한국 농업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술을 갖춘 국가로 인식된다.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공정개발원조 해외사업은 식량난을 겪는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국가들이 대상이다. 농진청의 손길이 지난간 곳은 마치 마법이라도 일어난 듯 빈곤이 해결된다. 빈곤국에서 앞다퉈 농진청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아우성인 이유다.”


농촌진흥청에서 추진 중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은 다양하다. 이 가운데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이하 코피아)은 괄목할 성과 외에도 외교, 문화, 경제, 사회 등에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농업외교관’이라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코피아가 해외에서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은 접근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선진국의 ODA 사업이 단순히 자금 투자를 목적으로 했다면, 코피아는 협력 국가의 가장 깊숙하고 척박한 곳에서 ODA 사업을 실천하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재배 중인 씨감자는 중남미 국가들의 소중한 식량 자원이자 생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피아에서 기술을 전수해 준 대표적 작물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베트남을 시작으로 15년간 일궈 낸 ‘기적’의 성과들


코피아는 개발도상국 현지에 농업기술전문가(소장, 전문가, 연구원 등)를 파견해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실증・보급하는 사업이다. KOPIA(KOrea Partnership for Innovation of Agriculture)가 공식 명칭이다.


코피아는 지난 2009년 9월 베트남・브라질・우즈베키스탄에 센터를 개소하고 대장정의 서막을 알렸다. 이렇게 시작한 코피아 센터는 15년 동안 22개국으로 늘었다. 아시아 7개국, 아프리카 7개국, 중남미・CIS 8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태국, 브라질 등 일부 국가는 사업이 종료됐지만 여전히 코피아 센터에서 보급한 기술 전수에 대해 주저 없이 ‘엄지척’을 내세운다. 센터 개소일 기준으로 16년 동안 코피아가 지나간 자리에는 어떤 성과들이 있었을까. 협력국들은 왜 코피아의 기술에 열광하는 것일까.


수리 자모라(Sury Zamora) 니카라과 인따(INTA) 농업기술연구청장은 “코피아의 농업 기술력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빈곤을 줄이겠다는 목표가 명확하다”며 “벼 육종 기술을 전수 받아서 좋고 축산 완전혼합사료, 콩・참깨 등 생산성 소득 증대 등도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모라 청장이 얘기한 ‘코피아 찬사’는 단순한 공치사로 볼 수 없다. 실제로 니카라과에서 벼 육종 기술은 현지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 작물 중 하나다. 여기에 축산업 완전혼합사료(TMR) 역시 니카라과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니카라과 코피아 센터에서 참깨 재배기술을 현지 농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니카라과 농민들은 코피아에서 제공하는 참깨 재배 기술에 관심과 호응이 높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또 다른 중남미 국가인 파라과이는 2019년 코피아에서 개발한 참깨 신품종 IPTA-K07의 우량 종자 증식 및 보급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불과 1년 사이 63.6%의 면적이 확대됐고, 조수익은 기존 참깨(600달러/ha)에서 K07로 전환 후 1200달러/ha로 100%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농업관련 정부부처에서는 최근 5년 사이 ‘코피아’ 센터를 개소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아프리카 라이스 벨트’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국 식량난 해결에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월에는 가나에서 벼 종자생산단지 조성 패키지 사업 첫해의 성공적인 종자 생산을 기념하고 생산된 벼 보급종 300t을 가나 농식품부(MOFA)에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가나 종사사업 개시 후 처음으로 야우 프림퐁 아도(Yaw Frimpong Addo) 농식품부 차관이 참석해서 눈길을 끌었다.


감비아에서는 코피아 센터와 관계자들을 국빈 대우로 맞이했다. 감비아 쌀 자급률은 20% 수준이다. 빈곤국에서 벗어나려면 쌀 자급률을 한참 끌어올려야 한다. 때문에 감비아에서는 한국 통일벼의 우수성을 듣고 대통령이 직접 면담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다마 바로우 감비아 대통령은 “쌀은 감비아의 주곡이다.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다. 감비아는 한국의 성공사례를 본받아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고자 한다”며 “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한 한국 정부의 지원에 감사드린다. 향후 코피아 센터의 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 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코피아 센터 김원일 소장(오른쪽)이 현지에서 재배 중인 씨감사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쏟아지는 해외 찬사…그 뒤에서 흘린  구슬땀

“농촌진흥청은 10년 이상 세네갈을 중심으로 쌀 품종연구를 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에 많이 키웠던 통일벼가 지금도 농촌진흥청에 있다. 이것을 가지고 연구 끝에 2개 품종이 서부아프리카에 적응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2~3년 전부터 보급을 시작했는데 (통일벼를)키워본 농가의 호응이 아주 좋다. 특히 기존 쌀보다 20% 정도 비싸게 팔아도 팔리는 등 재배 농가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조창연 코피아 세네갈 센터 소장의 설명처럼 코피아 사업은 시작부터 철저하게 현지 맞춤형으로 움직인다. 단순히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작물이나 품종을 다른 국가에 이식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그 지역에 맞는 작물을 보급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현지에서 반응이 폭발적일 수 밖에 없다. 세네갈・감비아 코피아 센터를 비롯한 22개국에서 활동 중인 코피아 센터의 환경은 상당히 열악하다. 아무래도 식량 자급률이 50%를 넘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조 소장과 같이 22개국 코피아 센터 소장과 연구진들의 구슬땀 없이는 이뤄내지 못하는 성과인 셈이다. 기간도 꽤 길다. 농작물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현지에 맞는 작물을 선별하고 실증사업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짧아도 3~4년이다.


여기에 현지 기후와 정치, 경제적 문제 등 외부 변수가 발생할 경우 성과는 더 늦어지게 된다. 코피아 센터의 성과는 이런 인고의 시간을 버티며 얻은 소중한 결과물이다.


김황용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오른쪽)과 야우 프림퐁 아도(Yaw Frimpong Addo) 가나 농식품부 차관이 지난 3월 5일 가나 다웬야 벼 종자생산 사업지에서 벼 보급종 300t을 가나 정부에 인계하기 위한 행사에서 협약에 서명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세계에서도 코피아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물적 지원보다 기술 지원으로 빈곤국 탈출을 돕겠다는 새로운 설정에눈과 귀가 쏠리는 모습이다. 더구나 코피아 센터가 개설된 국가에서는 앞다퉈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유엔에서 ‘빈곤퇴치 공로상(UN Pacto Global Red Ecuador)’을 수상했다. 협력국 정부로부터 농업·농촌발전 공로상 수상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8건에 이른다. 수상 이력을 보면 ▲캄보디아 총리 훈장(2019, 2021년) ▲몽골 최고농업인상(2021년) ▲베트남 장관 훈장(2019, 2021년) ▲우즈벡 장관 훈장(2020년) ▲필리핀 과학위원회 표창(2020년) ▲라오스 총리 표창(2019년) 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공공부문 정부혁신 우수사례로 주저 없이 코피아는 꼽았다. 코피아와 함께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또 다른 ODA 사업인 다자간 협의체 ‘콜파시(AFACI)’의 벼 사업 부문이 사업 혁신성・효과성을 인정 받아 국제협력 우수모델로 자리 잡았다.


김황용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은 “코피아는 개발도상국 생산성과 소득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은 혁신적인 농업기술 기반 사업”이라며 “현지 농업기술 ODA 사업의 여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장기 추진 전략을 세워 세계적인 농업기술 선도 국가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2일 [新농사직썰-케이팜②]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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