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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 불참에 갈라졌던 친윤~친한, 일단 대국민담화 지켜볼듯


입력 2024.11.05 01:15 수정 2024.11.05 01:15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시정연설 건너뛰되 '국민과 직접 소통' 선택

친윤계 "국회에 와서 욕만 먹느니 뭣하러…"

친한계 "이제 국민 앞에 겸허하게 엎드려야"

'최대공약수' 선택…관건은 尹 담화의 수위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시정연설 불참을 놓고 여권 내에서조차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공개적인 비판이 제기되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대국민담화 겸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직접소통'을 갖겠다고 밝혔다. 시정연설 문제를 놓고 엄호와 쓴소리로 쫙 갈라졌던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계도 일단 '잠정 휴전' 상태에서 숨죽인 채 윤 대통령의 메시지 수위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오는 7일 대국민담화 겸 기자회견 결정은 자신을 둘러싸고 집권여당 내에서 제기된 친윤계·친한계 목소리의 '최대공약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는 야당이 '탄핵' '하야' 등 극단적인 정치공세를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욕만 먹고 갈 이유가 없다며 윤 대통령을 엄호한 반면, 친한계는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 앞에 겸허하게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를 절충해 야당이 장악한 국회와의 '간접소통'은 부담감을 안고서라도 건너뛴 반면, 국민과의 '직접소통'을 결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윤계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4일 YTN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 "그동안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직접 하기도 했고 총리가 대독하기도 했다"며 "선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주말 광화문에 탄핵하자고 야당 지도부가 총출동했고, 전국 당협을 동원했다고 알려지고 있지 않느냐"라며 "그분들이 오늘 출석하는데 시정연설을 하면서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얘기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생각도 솔직히 한다"고 밝혔다.


친윤계 의원은 "야당이 윤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국회에 와서 욕만 먹을 걸 생각하면 뭣하러 오겠느냐"라며 "여러 정무적인 판단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 시정연설은 야당과의 대치 등 정국 상황과는 무관한 '국민과 한 약속'이라는 이유에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거듭 가면 안 되는 길만 골라 선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과 그를 설득하지 못하는 무력한 당의 모습이 오늘도 국민과 당원들 속을 날카롭게 긁어낸다"라며 "국회는 민의의 전당, 국민의 전당이다. 지난 국회 개원식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를 패싱하는 모습이 대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께 송구하고 면구스러울 뿐"이라며 "이제라도 우리 정부와 당은 국민 앞에 겸허하게 엎드려야 한다. 지난 총선부터 지금까지 국민들께서 끊임없이 주문하신 '국민에 대한 태도 변화'에 이제는 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친한계 인사도 통화에서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음 사태로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데, 뒤에서 숨기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직접 민생 예산에 대해 당당하게 설명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처럼 시정연설 불참을 놓고 갈라졌던 친윤계와 친한계의 목소리를 '최대공약수'처럼 담아낸 게 대국민담화 겸 기자회견이다. 윤 대통령이 지금의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질문을 받고 허심탄회하게 대답하겠다는 데에는 친윤계나 친한계 모두 박수를 칠지언정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최대공약수'는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연다는 것까지로, 이후의 관건은 7일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수위의 조치를 내놓느냐에 달렸다. 친윤계가 만족할 수 있는 '수위'와 친한계가 만족할 수 있는 '수위'가 현격히 다르다는 분석이다.


친윤계는 야권이 장악한 국회 시정연설을 건너뛴 대신,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과 소통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호평할 수 있다. 반면 친한계는 구체적인 쇄신 방향과 내용이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담겨야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간의 통화 녹취 폭로 이후 사흘 간의 침묵을 깨고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사과 등 직접 필요한 조치 △'여사 라인' 등 대통령실 인적 개편 △내각의 쇄신 △김건희 여사 모든 대외활동 즉각 중단 △대통령의 배우자를 감찰 대상으로 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공개 제안한 이상, 전부 또는 일부의 수용, 아니면 그보다 더 나아간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친한계의 시각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간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처럼 당신께서 하시고 싶은 말씀만 하고 끝나는 자리가 돼서는 모처럼의 '직접소통'이 오히려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며 "대국민담화 겸 기자회견이 당내 친윤계와 친한계를 다시 하나로 묶는 '최소공배수'가 될지 여부는 오롯이 대통령이 얼마나 겸허하게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메시지를 내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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