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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경직성 걱정하는 기업, 영화 ‘인턴’이 주는 힌트 [정년 연장⑥]


입력 2024.11.20 06:00 수정 2024.11.20 06: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나이 많은 고임금 근로자, 기업엔 부담

정년 문제는 일자리 지속이 핵심

호봉제 상황에선 계속 고용 어려워

직무·성과급제 바탕 ‘노인 인턴’ 기대

영화 '인턴' 포스터.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기업이 정년 연장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기업 대부분이 연공서열 방식 급여체계인 상태에서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는 건 그만큼 고임금을 계속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300인 이상 국내 기업 121곳 인사 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67.8%)은 정년 연장이 경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응답자들은 정년 연장이 ‘연공·호봉급 체계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26.0%)’을 경영 부담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뒤를 이어 ‘조직 내 인사 적체 심화(23.2%)’,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16.6%)’ 등으로 나타났다.


고령 인력을 계속 고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퇴직 후 재고용(71.9%)’을 선호했다. 정년 연장과 정년 폐지는 각각 24.8%, 3.3%로 조사됐다.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는 기업들은 ▲재고용으로 고용유연성 확보(35.2%) ▲전문성, 희망자 등 일정 기준에 적합한 노동자에 한해 계속 고용 가능(25.8%) ▲고령 노동자 생산성에 연계해 임금수준 조정 가능(24.5%) 등을 이유로 꼽았다.


기업들은 고령자 고용에 따른 인사 노무 관리상의 어려움으로는 ‘고령 근로자의 건강 문제 및 산재 리스크 대응(28.9%)’, ‘생산성 저하(28.9%)’, ‘높은 인건비 부담(24.8%)’ 등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기업이 정년 연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인터넷 채용 전문 플랫폼인 ‘사람인’이 지난달 기업 461곳을 대상으로 정년 연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 79.8%는 정년 연장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숙련 근로자의 노하우 활용이 가능해서(57.9%)’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고령자들의 생활 안정성이 커져서(39.7%)’, ‘생산인구 감소에 대비할 수 있어서(34.2%)’, ‘구인난이 심한 업·직종에 지원자가 증가할 것 같아서(31.8%)’, ‘고용 안정성 증가로 직원의 사기가 올라서(24.2%)’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기업들도 상당수가 고용을 연장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정년 연장 자체에 대한 반대는 많지 않다. 다만 정년을 연장하려면 임금체계의 변화는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70세 임원 출신, 재취업에 필요한 건


정년 연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The Intern)’은 고령의 은퇴자를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전화번호부 출판회사 임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70세의 벤 위태커(로보트 드 니로)가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 규모의 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의 비서로 재취업해 겪는 일들을 그렸다.


영화 속 벤은 연륜에서 묻어나는 처세술과 각종 경험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는 줄스에게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 준다. 영화적 설정이지만 경험 많은 선배가 직장 내에서 어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그려낸다.


영화에서 벤이 70이 넘은 나이에 재취업할 수 있었던 건 미국 사회 임금체계 때문이다. 미국은 일의 가치와 근로자 능력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직무급을 기본으로 한다. 성과를 중심으로 개인 역량에 따라 받는 급여가 다르다. 개인 능력과 상관없이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봉급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벤과 같은 시니어 노동자가 마음껏 일할 수 있으려면 현재의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경영계 주장이다. 현실적으로 호봉제에서 30년 이상 일해온 고령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계속해서 유지시켜줄 수 없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의정실장은 “직무와 성과를 반영하는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돼야 한다. 지나친 연공 중심 임금체계는 생산성 혁신과 근로자들의 동기부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보상의 불공정성 문제를 부르는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 “고령 인력 활용은 확대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을 고려하면 법정 정년을 현행보다 일률적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더 오래 남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고령자 계속고용(재고용)에 대한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별도의 법률 제정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퇴 후 치킨집? 배울 기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잘 해낼 것” [정년 연장⑦]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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