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인수팀 공동 위원장…가상화폐 옹호
당초 재무장관 하마평…내부 알력에 이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투자은행인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63) 최고경영자(CEO)를 2기 행정부 상무장관으로 공식 지명했다.
미 월스트리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성명을 통해 “러트닉을 지명하게 돼 기쁘다”며 “그가 관세와 무역 의제를 주도하고 미국무역대표부(USTR)도 관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대 최고 미국 행정부를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정교한 절차와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트럼프 정권인수팀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특히 러트닉 CEO를 “비극을 극복한 회복력의 화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2001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알카에다의) 9·11 테러 당시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일하는 회사 직원 960명 중 658명을 잃고 거기에는 남동생과 친한 친구도 포함돼 있었지만, 회사를 직원 1만 3000명이 넘는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재건하며 남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대가 됐다”고 추켜세웠다. 세계무역센터 꼭대기 층을 사무실로 사용하던 러트닉 CEO는 이날 아침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느라 지각한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CEO는 당초 재무장관을 놓고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와 경쟁을 벌였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16일 SNS 엑스(X) 글을 통해 “실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를 노골적으로 밀었다. 그러나 인수팀 내부에서 알력이 생기며 유력 후보에서 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출신인 러트닉 CEO는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억만장자 금융 자산가다. 트럼프 당선인의 거액 선거자금 후원자이기도 하다. 1961년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펜실베이니아주 하버포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1983년 캔터 피츠제럴드에 입사한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29세의 나이에 CEO 자리에 오른 금융권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과는 수십년 전 뉴욕의 한 자선 행사에서 인연을 맺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및 제조업 기반 강화 공약을 적극 옹호한 바 있다. 대선 선거운동 막바지인 지난달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유세에서 미국은 소득세가 없고 관세만 있던 20세기초 가장 번영했다는 주장을 했다고 미 CNN방송은 전했다.
러트닉 CEO가 내년 초 상원 인준을 받아 실제 임명될 경우 대(對)중국 압박의 선봉장이 될 전망이다. 상무장관은 미국 기업을 지원하고 무역협상과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상무부 산하에는 인구조사국·국립해양대기청·특허청 등 13개의 국이 있다. 이중 산업안보국(BIS)은 대중 압박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는 선거운동 기간 중국을 상대로 60%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약속하는 등 강경한 대중 정책 구사 의지를 피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