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취소→줄 결방·KBS 시상식 레드카펫 취소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가결까지 이어진 혼란한 정국에 연예계도 들썩였다. 많은 스타가 SNS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을 ‘선결제’로 응원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은 연예인을 향해 비난이 이어지거나, 비판하고자 하는 연예인의 과거 발언까지 다시 끄집어 내어 비판하는 등 과열된 흐름도 나타났다.
◆ 행사 취소→줄 결방, 연예계도 ‘혼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는 즉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연예계는 혼란에 빠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 측은 4일 예정됐던 서현진의 인터뷰를 취소했으며,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한 프랑스 모던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의 포토월 행사는 취소됐다. 이 행사에는 배우 김재영, 남윤수, 정은채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직후 뉴스 특보가 이어지며 드라마, 예능 등이 대거 결방했다. 4일 MBC ‘라디오 스타’, ‘시골마을 이장우’,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세계관의 확장’,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TV조선 ‘미스쓰리랑’, MBN ‘나는 자연인이다’ 등이 결방됐으며,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7일과 14일에도 대다수의 방송사들이 드라마, 예능 대신 뉴스 특보를 편성했다. KBS는 가요대축제와 2024 연예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를 취소했다.
대중들의 관심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이 시기 개봉한 신작 영화들도 타격을 입었다. 배우 송강호, 박정민 등이 나선 ‘1승’은 4일 개봉했지만 약 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시기를 잘못 선택해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당시 송강호, 박정민은 예정됐던 SBS 라디오 ‘씨네타운’ 출연도 취소했다.
◆ SNS로, 또 ‘선결제’로…목소리 낸 스타들
일부 연예인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게재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가수 중 한 명인 이승윤은 “진짜 더 말을 얹지 않으려고 했는데 당위와 맥락과 오판과 오만에 대한 진솔한 설명과 해명 없이 ‘아 다신 안 할게. 심려 끼쳐 미안’으로 끝날 사안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그 책임을 반쪽에만 일임하겠다는 것이, 가만히 살다가 계엄을 때려 맞은 일개 시민 한 명으로서 듣기엔 거북하기 그지없는 담화문이었다는 말 정도는 해도 되지 않나”라고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비판했으며,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엔 “애초에 '통치행위'로 해결하려 했어야 할 일들을 와다다 나열하면서 ‘계엄 할 만했지?’ 하면 우리가 ‘아 그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여줘야 하는지. 절레절레”라고 말하기도 했다.
래퍼 이센스는 지난 5일 SNS를 통해 “나는 정치고 당이고 좌우고 하나도 모르는 멍청이인데, 갑자기 새벽에 계엄령을 내리고 국민한테 '처단'한다고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대통령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으며, 이 외에도 가수 박혜경, 배우 이엘, 정찬, 김기천, 영화감독 변영주 등 다수의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배우 정찬과 고민시, 고아성, 예은, 김윤아 등은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 직접 참석, 이를 인증하기도 했다. 가수 이승환은 13일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며 메시지를 전했었다.
‘선결제’를 통해 집회 참가자를 응원하는 방식도 이어졌다. 14일 뉴진스는 새로운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며 “많은 아이돌 선배들님과 아이돌 팬들께서 노력하고 함께 뭉쳐서 하고 계신 것 응원하고 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이런 걸 준비했으니 몸조심해서 함께 힘냅시다”라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여의도 인근 삼계탕집과 분식집, 만둣국집, 카페 등의 선결제를 진행했다.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에버글로우 미아도 선결제로 힘을 보탰으며 영화감독 박찬욱은 영등포구의 한 빵집의 빵을 모두 구매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줬었다.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에도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허성태는 "웃으세요. 기쁩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라는 글을 남겼으며, 고민시는 뉴스 캡처본과 함께 박수 이모티콘 여러 개를 첨부하며 감정을 드러냈다. 배우 봉태규와 이혜영, 소녀시대 서현 등도 SNS를 통해 기쁨을 표했다.
◆ ‘소방관’ 불매부터 “뭐요”로 빈축 산 임영웅까지…비상계엄 사태에 연예계도 ‘곤혹’
소신을 밝힌 연예인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을 넘어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일명 ‘사상검증’을 하는 흐름도 불거져 우려를 샀다.
대표적으로 공유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인 4일, 과거 인터뷰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남자’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던 것이 재조명되면서, 해명을 해야 했다. 20년 전 인터뷰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그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던 것이다. 결국 공유는 인터뷰에서 “난 그렇게 살지 않았고, (정치적 성향이) 그렇지도 않다. 정확한 건 20대 초중반인 20년 전엔 지금보다 생각이 짧고 신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이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그 출처가 일베인 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곽경택 감독은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동생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소방관’ 불매 운동 조짐이 일자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저의 가족 구성원 중 막내인 곽규택 국민의 힘 의원이 당론에 따라 탄핵 투표에 불참한 것으로 인해 '소방관'까지 비난의 대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저 또한 단체로 투표조차 참여하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에게 크게 실망하고 분노한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저는 대한민국에 대혼란을 초래하고 전 세계에 창피를 준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탄핵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소신을 덧붙였다.
SNS에 일상글을 게재한 연예인들을 향해서는 ‘이 시국에 한가한 글을 올린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하는 네티즌을 향해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답한 임영웅 또한 비판을 받았다. 그의 대처가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소 과열된 분위기가 엉뚱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