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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가 장악한 출판계 [2024 대중문화 결산]


입력 2024.12.23 08:02 수정 2024.12.23 08:0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상식 참석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와 반대되는 것” 소감

한강 작가가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개인의 영광을 넘어 대한민국의 경사라는 반응이 쏟아진 가운데, 반가운 영향력도 이어졌다. 한강 작가의 저서는 물론, K-문학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출판계에 필요한 지원도 논의되고 있다.


한강 작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문학상 시상자로 호명됐다.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에게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뉴시스

엘렌 마트손 노벨문학상 위원회 회원은 한강 작가를 소개하며 “한강 작가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차마 형용할 수 없는 잔인함과 상실을 말한다. 학살로 쌓인 시체 더미에서 피가 흐르고 짙어지다가 이내 호소가 된다. 또 답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질문으로 변한다. 죽은 자들, 납치된 자들, 실종된 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이들을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한강 작가의 작품에서 붉은색과 흰색은 반복적으로 다루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 꿈은 현실로 넘쳐흐르고 과거는 현재로 이어진다”면서 “(한강의 작품 속) 사람들은 상처 입고 취약하고, 어떤 면에선 약하지만 충분한 힘을 가진다. 꼭 필요한 힘을 가졌기 때문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전하게 돼 영광 ”이라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시상식이 끝난 뒤 열린 시상식 연회에서 소감을 밝히며 “가장 어두운 밤에도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진 존재인지 묻는 언어가 있다. 이 행성에서 함께하는 사람들, 살아있는 존재들의 관점에서 상상하도록 요청하고,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가 있다”며 “이 언어를 다루는 문학 작품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갖고 있다.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와 반대되는 것”이라고 ‘문학의 힘’을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출국해 6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강 작가는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장갑차를 멈추려고 애쓰시던 분도 봤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는 모습도 봤고,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써보려는 사람들 모습도 봤다”며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지던 순간이었다”고 해당 사태를 직접 언급한 한강 작가는 ‘혼란의 시기’, 필요한 문학의 역할과 힘을 강조하며 울림을 줬다.


한국 출판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선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그의 저서는 물론, 문학에 대한 관심까지 급증해 반가움을 자아냈다. 교보문고, 예스24의 ‘2024년 연간 도서판매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올해 판매량 1위를 차지했으며,‘채식주의자’가 2위, ‘작별하지 않는다’가 3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모두 차지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지난 10월 10일 노벨상 수상 이후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연간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 국내 문학 서적의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다. 한강 저서를 제외한 소설·시·희곡 등 문학 분야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7% 증가했다. 올해 소설 분야는 지난해 대비 35.7% 판매량이 증가했고, 3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던 시·에세이 분야 도서 판매량도 17.1% 증가했는데, 이에 대해 ‘한강 효과’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발판이 마련된 것에 대한 반가움도 이어졌다. 한강 작가의 수상 이후 열린 세계 최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영미·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작품에 대한 판권 문의가 3~4배나 늘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최근 선인세 10억원대를 받으며 계약하는 한국 소설도 등장 중이다. 2010년 출간된 여성 액션물인 강지영 작가의 ‘심여사는 킬러’가 영국 대형 출판사인 노프 더블데이에 2억원대의 선인세를 받는 조건으로 판권이 팔렸으며, 송유정 작가의 소설 ‘기억서점’도 최근 영국 하퍼콜린스 UK와 약 1억원에 가까운 선인세로 판권 계약이 체결됐다고 알려졌다.


‘지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긍정적인 변화도 일었다. 정부는 번역·해외 출판을 지원하는 예산을 30% 넘게 늘리기로 했으며, 환경 조성을 위한 번역대학원 설립까지 추진이 되고 있다. 제2의 한강 작가 만들기 토대를 위해 출판물 제작비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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