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서류 '발송송달'로 처리…오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 진행 방침
법조계 "발송송달, 서류 수령 거절해도 효력 발생…헌재, 일정표 대로 심판 진행한다는 뜻"
"윤 대통령, '방어권 행사 기회 부족' 이유로 송달 효력 지적할 수도…가처분 낼 가능성도"
"사실상 일부러 수령 거부해왔는데 또 법 절차 무시?…탄핵심판에 더 부정적 영향 끼칠 것"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난 20일 탄핵심판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27일 첫 변론을 진행한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예정된 일정표 대로 탄핵심판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측에서 방어권 행사의 기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송달 효력의 정당성을 지적할 가능성도 있지만, 또 다시 궁색한 시도로 법 절차를 무시한다면 탄핵심판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천재현 헌재 부공보관은 이날 오후 정기 브리핑에서 "대통령에 대한 서류를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지난 19일 발송송달을 실시했다"며 "발송송달의 효력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소송 서류가 송달할 곳에 도달된 때에 발생하므로 소송 서류를 실제로 수령하지 않은 때에도 송달의 효력은 발생한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19일 탄핵심판 관련 접수 통지 및 답변 요구서, 준비절차 회부 결정서, 기일 통지서, 준비 명령 등 각종 서류를 우편으로 윤 대통령 관저로 발송했다.
이 서류는 20일 관저에 도달했으나 대통령 경호처에서 재차 수취를 거부했고, 헌재는 서류가 관저에 도착한 시점에 윤 대통령에게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에게 요구한 답변 시한은 '송달일로부터 7일 이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오는 27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의무 사항은 아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서류를 수령하지 않고 대리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는 등 심판 절차에 임하지 않고 있어 정해진 시한까지 서류를 제출할지는 미지수다.
1998년에 나온 대법원 판례는 형사소송법상 보충송달·유치송달 등이 어려운 경우 형사재판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우편으로 보낼 수 있고, 이 경우 송달의 효력은 해당 장소에 도달한 경우 발생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탄핵심판은 형소법을 준용한다. 헌재는 19일 재판관 회의를 열어 수령 거부 상황에 대해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 측이 수령을 계속 거부할 경우 발송송달로 간주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발송송달은 사무관 등이 서류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한뒤 서류가 도달된 때에 송달된 것으로 본다. 서류를 수령하지 않았어도 장소에 도달한 순간 이미 효력이 발생한 것이다"며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발송송달은 민사소송법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며 헌재에서도 과거 효력이 있는 제도라고 인정한 바 있다. 헌재 입장에선 예정된 일정표 대로 심판을 문제 없이 진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윤 대통령 측에서 '서류를 늦게 확인했다', '방어권 행사의 기회가 부족하다' 등 이유로 송달 효력의 정당성 문제를 지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판을 최대한 늦추고자 절차의 형식을 걸고 넘어지며 향후에 가처분 등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일부러 서류 수령을 거부해온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또 다시 궁색한 시도로 법 절차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탄핵심판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송달간주 제도를 활용할 경우 당장 및 사후에 송달간주 사유에 해당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송달을 위한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였는지, 실제 수령을 거부하였는지 등 실질적, 절차적 요건을 엄격히 따져보고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에서는 윤 대통령 측이 송달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일부러 수령 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발송송달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며 "지금까지 윤 대통령 측의 대처를 보면 향후에 송달 효력의 정당성을 두고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헌재는 그 가능성까지 모두 고려해서 검토 후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