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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옥죄는 정국 혼란·환율 급등...시장 불안심리 ‘확산’


입력 2024.12.28 07:00 수정 2024.12.28 07:28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환율 15년 9개월만에 장중 1485원 돌파...1500원 눈앞

미 달러 강세 속 국내 정치 리스크가 원화가치 끌어내려

코스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6개월 연속 하락 위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를 151석 이상으로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예측하기 어려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선을 위협하면서 국내 증시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로 강달러 현상이 심화한 가운데 국내 정치 리스크가 급부상한 탓이다.


코스피는 금융위기 이후 첫 6개월 연속 하락 위기에 놓였고 거래대금도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으며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 들어 전날까지(12.2~27) 유가증권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8조9153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 기준으로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8조원대로 내려온 것은 코스피가 2200선까지 밀려났던 지난 1월(8조8749억원) 이후 11개월 만이다.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1월 8조원대에서 2~5월 11조원대로 늘었고 6~7월에는 12조원대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8~9월에 10조원대로 감소한 뒤 10~11월 9조원대로 내려왔고 이달 다시 8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증시 침체의 배경에는 원·달러 환율의 폭등이 자리잡고 있다.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화를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원·달러 환율은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고점을 높여가는 상황이다.


환율은 전날 급기야 장중 한때 1486.6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1485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환율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1467.5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으나 금융시장을 둘러싼 긴장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달 초만 해도 1380원대였지만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후 상승 행진을 시작했다.


이달 들어선 비상계엄 사태에 1440원을 돌파하며 급등세가 본격화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커지자 1450원도 넘어섰다. 이후 정국 혼란으로 원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1470원과 1480원을 차례로 뛰어넘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모니터에 원·달러 환율 거래가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일각에선 달러화의 흐름과 관계없이 국내 정치 리스크 확대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지속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탄핵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국무위원 서열 3위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이어가게 됐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이번 탄핵안 발의에 대해 한국 정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일제히 우려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한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를 언급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더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의 추가 강세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당장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려면 외국인이 바라보는 국내 정치 리스크가 완화돼야 한다”며 “탄핵정국 불확실성이 확산될 경우 예상보다 조기에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결국 탄핵정국 불안이 국내 증시의 최대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7월 이후 코스피에서 5개월째 순매도에 나서고 있고 이달(12월 2~27일) 들어서도 2조923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는데 정국 혼란 장기화가 환율 상승 및 추가적 자금 이탈 압력을 키우고 있어서다.


이미 코스피는 6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전날 코스피지수 종가는 2404.77로 전월 말(11월 29일 종가 2455.91)과 비교하면 50포인트 이상 빠진 상태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오는 30일에지수가 반등하지 못하면 지난 7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2000년 이후 코스피가 6개월 연속 내린 것은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2차례 뿐이었다. 16년여 만에 다시 최장 하락 기록을 눈앞에 둔 것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코스피는 원·달러 환율의 흐름에 달려 있다”며 “실제 위기가 발생하거나 자금의 흐름이 극단적일 가능성은 낮지만 외나무길을 걷는 듯한 상황이기 때문에 탄핵 정국의 정책 공백기에 변동성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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