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도 설비도 ‘부족’…지방공항 대부분 안전관리 ‘미흡’
지방공항, 국제선 운항 활발…사고 예방책 강화 목소리↑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지목되고 있다.
이미 활주로 확장 사업 당시에도 조류충돌 위험이 크단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안공항에는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설비나 인력이 모두 부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전국 지방공항의 국제선 운항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사고 예방을 위한 보다 촘촘한 안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전남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이달 들어 개항 이래 처음 데일리 정기 국제노선을 도입했다. 2007년 개항 이후 17년 만이다.
이에 발맞춰 제주항공도 이달부터 무안공항에 국제선 정기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태국 방콕을 오가는 여객기 운항이 본격화한 지 21일 만에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조류충돌’이 언급되고 있다.
공항은 비교적 소음이 적은 곳에 건설되는 입지적 특성 탓에 철새도래지를 끼고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안공항은 전남도가 관리하는 철새도래지 47곳 가운데 4곳이 공항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이 때문에 2020년부터 추진된 활주로 확장 사업 당시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조류충돌 위험성을 우려해 저감 대책 마련을 주문했으나, 관련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무안공항, 조류충돌 발생률 지방공항 중 ‘최다’
국제공항인데…조류퇴치 인력, 무안 4명, 양양은 3명 불과
실제 무안공항의 조류충돌 건수는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총 10건이다. 무안공항을 오간 항공기가 1만1004편인 점을 감안하면 조류충돌 발생률은 0.09%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14곳 지방공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조류퇴치 설비도, 담당 인력도 모두 부족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국내 공항 가운데 조류 탐지레이더를 갖춘 곳은 전무했다. 열화상 탐지기를 설치한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3곳뿐이다.
무안공항의 조류충돌 예방활동 인력도 4명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외부 조류충돌 관련 업무는 1명씩 3교대로 수행하고 있다. 사고 당시에는 야간조 1명, 주간조 1명이 교대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류퇴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하고 공항공사에서 운영 중인 14개 공항 중 국제공항은 7곳이다. 각 공항의 조류퇴치 인력을 살펴보면 ▲김포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 ▲김해공항 16명 ▲대구공항 8명 ▲청주공항 8명 등으로 집계됐다.
▲양양공항은 가장 적은 3명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국내공항의 조류퇴치 인력도 대부분 2~4명에 그쳤다.
이에 반해 인천국제공항의 조류퇴치 인력은 무안공항보다 10배 많은 40명으로 조사됐다.
조류충돌에 의한 항공기 사고는 대부분 이착륙 과정에서 발생한다. 시속 960km로 비행 중인 항공기와 1.8kg의 새가 부딪히면 항공기에 약 64톤의 충격이 가해진단 연구 결과가 있다.
이 때문에 각 지방공항에선 자체적인 조류충돌 예방에 나서고 있다.
공항공사, 내년 3월 말까지 12개국 100개 노선 운항 목표
공항별 자체 노력 ‘역부족’…정부 차원 관리감독 강화해야
일례로 금호강 철새도래지와 인접한 대구국제공항은 K-2 군공항과 함께 활주로 2개를 사용한다. 조류퇴치 인력 8명 외에도 군 인력 17명이 조류충돌 예방 활동을 함께 추진 중이다.
활주로 곳곳에는 폭음경보기도 30대가량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반짝이테이프, 야생조수모형, 조류기피제 살포 등을 활용해 새를 쫓거나 포획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이번 사고로 지방공항 대부분에서 국제선 취항이 늘어나는 만큼 자체 노력 외 정부 차원의 사고방지 대책을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항 개별 노력만으론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지난 10월 말 공항공사는 내년 3월 29일까지 김포·김해·청주·대구·무안공항에서 총 12개국, 100개 노선을 운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매주 2508편의 항공기가 하늘길을 달리게 된다.
같은 달 기준 지방 7개 국제공항의 국제선 이용객 수는 1534만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대비 20% 정도 대폭 늘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무안공항 제주항공의 방콕 노선 탑승률은 취항 한 달도 안 돼 95%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였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미국의 경우 대다수 공항에서 조류 탐지레이더나 열화상 탐지기 등을 갖추고 있다”며 “공항의 입지적 특성상 조류 서식지가 인접한 곳들이 많기 때문에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사고에 대비한 예방 대책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군부대와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는 그나마 군 인력을 활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고 항공기 운항편수가 적어 사고 예방 인력을 늘리기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관련 장비나 설비 등을 제대로 갖추도록 사고방지 대책을 촘촘히 개선해 비상상황 발생 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그동안 운항 횟수 등을 고려해 조류퇴치 인력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맞게 운영해 왔다”며 “다른 지방공항도 조류충돌 예방 활동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인력 증원 및 장비 확대 등 개선에 나서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