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179명 사망
착륙부터 사고 발생까지 단 9분, 블랙박스 조사 착수
탄핵 정국 속 대통령 등 공석, 사고 관련 정황 난무
사고 원인 규명·유가족 지원 차질 없이 이뤄져야
국가적인 대참사로 국민들이 온통 슬픔에 잠겼다.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정부는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나, 처참한 사고 여파로 희생자 신원 파악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고는 곱씹을수록 슬픔이 깊어진다. 그날 오전 사고 발생 소식을 접했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다.
10여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가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탑승객들이 구조되길 바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사망자 숫자와 구체화 되는 피해 규모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태국에서 출발해 공항으로 착륙을 시도하던 항공기가 추락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9분밖에 되지 않았다.
사고 주요 원인으로 조류충돌이 거론되는 가운데, 콘크리트 구조물인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주로 끝단에서 로컬라이저까지는 264m, 로컬라이저부터 외벽까지 56m 거리인데, 복행해 착륙하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와 충돌하지 않았다면 큰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점에서다.
최후의 수단이라는 동체착륙 원인에 대해서도 의문이 크다. 장치가 고장나더라도 최악의 경우 수동으로 내릴 수 있는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0일 오전 6시 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은 랜딩기어 이상으로 인한 기체 결함을 승객들에게 안내하고 회항했다. 해당 항공기는 보잉 B737-800으로 사고기와 동일한 기종이다.
이 밖에 관제탑에서 제대로 교신이 이뤄졌는지, 당시 근무 중이던 2명의 관제사를 비롯해 공항의 조류 예방 활동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도 파악이 필요하다.
다만 중첩된 사고 관련 요인들을 파악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등을 확보해 분석에 나서는데 훼손 정도에 따라 수개월에서 최대 3년의 시간까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2월’은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가 잇따라 터진 달이었다.
이미 12·3 비상계엄 사태부터 윤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정국과 내란혐의 수사로 어수선한 상황 속 이번 사고 발생으로 혼란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사고가 일어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이 되지 않지만, 수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항공기 사고에 대한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하며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사고 수습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각 정부 부처는흔들림 없이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사고 원인 규명은 물론 재발방지책을 수립 해야한다.무엇보다 유가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최우선이 돼야 할 것이다.
오늘로 2024년이 마무리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커지고 국민들 마음 속엔 대참사로 인한 상처가 새겨진 연말이었지만 부디 새해에는 한발짝 이라도 희망의 발걸음을 뗄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