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 부동산PF 리스크에 발목
경기 침체 지속에 불확실성 증대로 여전히 난망
MG·롯데손보, KDB생보, 상상인저축은행 진행
지난해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금융권 인수합병(M&A)이 올해는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작년 고금리·고물가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로 위축됐던 M&A 시장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올해도 경기 침체 지속에 정치·금융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M&A 논의가 진전을 일궈 낼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눈에 띄는 M&A건은 사실상 전무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동양·ABL생명 인수를 추진하다 전직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우리금융은 숙원이었던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잦은 금융사고 속 부당 대출로 내부 통제 책임론이 급부상하며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정기검사를 받았다.
정기검사의 핵심은 경영실태평가다. 3등급 이하가 나오면 보험사 인수가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2% 아래로 떨어졌고 ‘내부통제‘ 항목 평가 비중이 15%로 늘어나 무리수가 된 분위기다. 평가 결과는 올해 1분기 이후에 나온다.
앞서 인수를 성사시킨 증권사도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우리금융은 같은달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 합병으로 ‘우리투자증권’을 부활시켰지만 증권 영업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기검사와 부당대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받지 못했다.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는 받았지만 한국거래소 회원사로도 등록되지 않았다.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KDB생명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도 매각을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도 매물로 나왔다.
MG손보는 다섯 번의 매각을 시도한 끝에 원매자를 찾았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우선협상대상자에 메리츠화재가 선정됐는데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한 MG손보 노조의 강한 반발로 실사에 애를 먹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통해 MG손보 인수를 추진려고 하자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조가 필요한 실사 자료 중 일부를 제출하지 않는 상황이다. 메리츠 측은 최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에서 사측과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인수 중단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롯데손보도 시장 기대 대비 높은 몸값과 저조한 실적 등으로 매각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다.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JKL 파트너스는 롯데손보 매각가로 2조원대 이상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취약한 수익구조와 실적 대비 몸값이 너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을 비롯해 애큐온저축은행·OSB저축은행·HB저축은행 등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OK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앞서 우리금융과의 매각이 불발됐지만 지난해 하반기 OK금융과의 인수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OK금융 산하의 OK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이 합쳐진다면 영업 구역이 기존 서울, 충청, 호남권에서 경기·인천권까지 확대되고 자산규모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OK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현장 실사를 끝내고 자료 검토를 진행 중이다.
다만 저축은행업권 전반적으로 건전성이 악화됐고 양사 모두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크다는 대목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기 침체 속 PF연착륙은 이어지는 가운데 고환율, 정치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올해 M&A시장도 한파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큰 손으로 꼽히는 금융지주 등도 금리 인하기 실적이 내리막을 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금융권 수익성이 전체적으로 하향세로 전망돼 M&A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적기시정조치 등 시장 자율 구조조정 기능으로 M&A 매물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