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58일 조업정지 확정된 영풍, 고려아연 경영 참여 우려”
영풍 “팩트 체크부터 잘못…고려아연도 사고 빈발”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환경오염 문제와 최근 확정된 ‘58일 조업정지’ 처분을 거론하며 경영 참여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의 주장을 “사실 왜곡에 기반한 흑색선전”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환경오염 문제로 최근 '58일 조업정지'가 확정된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58일 조업정지는 경쟁사인 고려아연에 점유율을 높일 기회일 수 있지만, 영풍과 MBK가 경영할 경우엔 당장 영풍의 적자 보전과 황산 처리, MBK의 투자금 회수가 시급할 수밖에 없다”며 “고려아연 다수 주주의 이해관계와 영풍·MBK의 이해관계가 불일치함으로써 회사 이미지가 훼손되고 경쟁력 악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경부와 경상북도는 2019년 영풍 석포제련소의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석포제련소는 내달 26일부터 4월24일까지 58일간 아연 정광을 공정에 투입해 아연괴를 생산하는 등 일체의 조업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환경오염과 제재로 정상적인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풍 석포제련소의 공장 가동률은 50%대(2024년 3분기 말 기준)로 떨어졌다.
고려아연은 “올해 58일간의 조업정지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라며 “통상 58일간의 조업정지는 4개월 이상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은 “실패한 기업 영풍이 손잡은 파트너가 MBK라는 점도 우려를 자아낸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사모펀드 운용사는 길어야 5~10년 안에 투자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국가기간산업 등 장기 투자가 필수인 기업을 사모펀드가 인수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장 적자를 메꿔야 하는 실패한 제련 기업과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고수익을 올려야 하는 투기적 자본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우량 기업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 모양새"라며 "당장은 지배구조 개선 등 감언이설을 앞세우지만 실제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두 기업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날 영풍과 MBK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에 대해 사실과 다른 악의적인 주장으로 주주와 시장을 오도하고 있다며 도 넘은 흑색선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최윤범 회장 측은 최근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1997년 이후 사망자 15명을 포함한 재해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영풍은 이는 사망자 수 등 기본적인 팩트 체크부터 잘못된 악의적 비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밝힌 15명의 사망사고 기록 중 2건은 고객사의 탱크로리 차량이 황산 제품을 싣고 도로에서 운행하던 중 전복된 사고로 회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교통사고”라며 “지난해 8월 발생한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사고는 발생 초기 ‘열사병’으로 추정됐으나, 부검 등 결과 심장관상동맥경화 등 소견을 근거로 경찰 단계에서 입건 전 조사 종결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풍은 비철금속 제련업은 각종 재해 발생 리스크가 존재하는 업종으로 이는 고려아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지난해 10월 계열사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사망했으며, 불과 1달 뒤인 11월에도 온산제련소 내 변전소에서 폭발․화재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며 “고려아연은 2016~2020년 불과 5년 사이에 근로자 11명이 사망해 2020년 고용노동부의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비중 높은 원청 사업자' 명단 상위권에 포함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영풍은 지난해 12월 재해사고 발생 이후 안전보건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안전보건 인력을 기존 13명에서 28명으로 확충했다. 또한 안전관리예산을 전년(105억원) 대비 97억원 증액해 약 202억원을 집행하는 등 안전보건 분야 투자를 확대했다.
'영풍이 계속되는 환경 오염 및 영업 정지에도 기업가치, 주주가치 개선에 소홀히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했다.
최근 5년간 오염토양 정화, 지하수 정화,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 구축 등 대규모 환경개선에 약 5000억원의 자금을 집행함으로써 환경개선의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런 환경목표 실천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대대적인 투자 및 관리, 전방위적 감시체계 구축의 결과로 영풍 석포제련소는 수질 및 대기 등 주요 환경 분야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가 위치한 온산국가산업단지 등 국내 주요 산업단지보다 훨씬 양호한 지표를 보이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환경 및 안전 분야에 대해 회사의 단기적 수익지표 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수년간 실행한 대규모의 진정성 있는 개선 노력의 결과가 객관적 지표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최 회장 측은 당사와 MBK에 대해 뚜렷한 근거 없이 도를 넘은 흑색선전을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3일에 열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는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