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과반차지 못해 기타 주주들 캐스팅보터로
최윤범 회장 세 차례 주주서한…경영성과·주주친화 정책 강조
MBK “집중투표제로 소수 주주를 위한 신규이사 선임 불가능”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을 둘러싼 현 경영진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이번 주총의 관건은 캐스팅보트를 쥔 기타 주주들의 선택으로, 양측은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은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임시 이사회에서 임시 주총 안건을 확정했다. 구체적으로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소수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발행주식의 액면분할 ▲이사 수 상한 설정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등을 추진한다. MBK·영풍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 도입 ▲14명 이사 선임 안건도 상정됐다.
현재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의 40.97%(의결권 46.7%)를 확보해 지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다. 이로 인해 나머지 기타 주주들이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양측은 각각 주주 친화적 비전과 경영 전략을 제시하거나 상대방을 비방하는 등의 방식으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한 달간 임시 주총 지지를 호소하는 주주서한을 세 차례 발송했다.
최 회장은 서한을 통해 현 경영진의 경영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고려아연의 경우 99분기 연속 흑자를 비롯해 2023년 69% 주주환원율 달성, 최근 ESG학회의 ESG대상 선정 등 지속적인 ESG등급 상향이 이뤄지고 있지만, 영풍은 잇따른 영업적자와 저조한 주주환원율, 각종 환경오염 및 중대재해 제재 등에 휩싸여 있다”며 “누가 진정으로 고려아연을 투명하고 주주 중심의 경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지”를 숙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도 공개했다. 최 회장은 “현 경영진들은 지속적으로 탁월한 재무 및 운영 성과를 달성해왔다”며 “이는 비철금속 제련 분야의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로서 이와 같은 놀라운 성과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통하여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노력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소액주주 보호 및 주주친화정책 시행 등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이번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집중투표제는 주주들이 뽑는 이사 수에 따라 자신의 표를 한 명의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소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사회 구성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MBK파트너스·영풍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더라도 소수 주주를 위한 신규이사 선임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기습적인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이를 몰랐던 소수 주주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할 이사 후보를 추천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설명이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가 1815만6107주라고 가정하고, 100% 출석률이라고 할 때, 이사회 19인 중, 기존 4인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임기 만료 5인 중, 분리 선출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예상되는 1인 제외) 새롭게 4명의 이사 선임이 필요하다”며 “이때 1명의 신규이사 선임에 필요한 최소 보유 주식수는 공식에 따라 산정하면 363만1222주가 되는데, 이는 소수주주가 의결권 기준 20% 이상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고려아연과 같이 일부 주주에게 주식이 집중된 구조에서 집중투표제는 일반 소수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작동되기 어렵고, 이사회가 1대 주주와 2대 주주의 후보자로 구성될 수 밖에 없게 된다”며 “이를 알면서도 최 회장 일가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이유는 최 회장 자리보전용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영풍이 집중투표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