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고물가 영향…지출 부담 상승
외식 소비자물가지수 지난해 대비 3.1%↑
상대적으로 배달 수요 적은 외식 업종 ‘걱정’
설 연휴를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외식업계의 분위기가 어둡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시민들의 지갑 사정이 지난해 보다 팍팍해졌고, 긴 설 연휴기간으로 인해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한동안 외식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어서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을 전통시장 30만2500원, 대형마트는 40만9510원이라고 각각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6.7%, 7.2% 증가한 금액이다.
설 차례상 비용이 대형마트 기준으로 40만원을 넘은 것은 그만큼 채소류와 과일류 가격이 오른 탓이다. 가장 비싼 수준으로, 이상기후 여파로 과일과 채소류 가격이 오르면서 차례상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설과 비교해 과일류는 57.9%, 채소류는 32.0%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외식물가도 상승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1.01로 전년(117.38)보다 3.1% 상승했다. 2022년 7.7%, 2023년 6.0% 각각 오른 데 이어 3년 연속 3% 이상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외식 메뉴별 상승률을 보면, 주로 서민들이 즐겨 찾는 메뉴의 상승폭이 컸다. 도시락 가격이 5.9%로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이어 떡볶이 5.8%, 햄버거 5.4%, 김밥 5.3% 등이었다. 또 칼국수·치킨(각 4.8%), 냉면(4.2%), 쌀국수(4.1%) 등도 4%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업계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설 연휴에는 부모님 용돈, 쇼핑, 명절비, 휴가비 등 지출이 많아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과도한 외식비 절감에 힘을 쏟기 때문이다. 음식 배달을 줄인 것은 물론, 대형마트 등에서 장을 볼 때 전보다 더욱 신중히 구매 품목을 결정한다.
직장인 A(40대)씨는 “연말에는 각종 모임으로 지출이 많은 시기인 데다, 양가 부모님 용돈부터 명절까지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많아 가능하면 외식보다는 집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올해는 연휴도 길어 외식은 되도록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얼어붙은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지만 실효성엔 물음표가 붙는다. 지난해 추석 연휴와 임시공휴일 기간 해외여행객 수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프랜차이즈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패밀리레스토랑은 배달과 함께 1인가구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피자, 치킨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배달 수요가 적은 데다, 업종 특성상 집객이 안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걱정이 많다.
그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가장 깊다. 지속된 경제침체에 매월 숨만 쉬어도 따박따박 나가는 임대료, 공과금 등으로 자영업자 부담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다. 매출을 만회하기 위한 자영업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보통 연휴가 길어지면 해외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이 크게 늘고, 특수 관광지를 중심으로 매출이 오르는 경향이 짙다”며 “특히 명절에는 먹을게 많기 때문에 딱히 음식 배달을 시켜먹지 않아도 돼서, 배달 매출이 오히려 빠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물가상승에 신음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축산물 수요가 증가하는 설 명절을 앞두고 오는 27일까지 수입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이력관리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사과, 무, 배추 등 설 성수품 품목을 온라인 도매시장 특화상품으로 선정해 10%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한다. 대표적으로 가락도매시장의 서울청과는 사과 5kg 선물세트를 이번 설 특화상품으로 별도 구성해 시중 도매가보다 약 10% 수준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다.
박순연 농식품부 유통정책관은 "물동량이 집중되는 설 명절 기간에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효율적으로 성수품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