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상승폭 확대…목표치와 더 멀어져
연준 금리 인하 시점 3월에서 6월로 이동
코스피 반등 국면서 악재 요인으로 지목
미국 경제지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에 힘을 더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발표되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긴축적 통화정책 선호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이하 현지시간) 예정된 지난해 12월 미국 CPI 발표를 앞두고 연준의 올해 첫 금리 인하 단행 시점이 3월에서 6월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더 미뤄져 9월 단행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작년 12월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금리 동결에 명분을 제공한 가운데 12월 CPI가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출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지난 10일 미국 노동부는 작년 12월 비농업고용자 수가 전월 대비 25만6000명 늘어났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15만5000명을 65.2%(10만1000명)나 상회하는 수치다. 실업률 또한 4.09%로 전월(4.23%) 대비 0.14%포인트 낮아져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활기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12월 미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작년 11월(2.7%) 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치다. 추정치에 부합할 경우 CPI는 3개월(10~12월) 연속 증가 폭을 키우게 된다.
이는 연준 목표치인 2%와 멀어지는 것으로 금리 동결에 무게 추를 더할 전망이다. 근원(Core) CPI의 경우 전년 대비 3.3%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9~11월 기록한 3.3%와 동일한 상승 폭이다.
이에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을 축소했다. 두 기관은 당초 연준의 25bp(1bp=0.01%포인트) 금리 인하 시점을 3월로 점쳤으나 6월로 수정했다.
시장 참여자들 역시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 중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도구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3월 FOMC에서 25bp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21.6%로 예상된다. 이는 한 달 전인 2024년12월13일(52.0%)과 비교해 30.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반면 6월 금리 인하 예상치는 41.5%로 같은 기간 0.9%포인트 증가했다. 급기야 9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41.6%로 전망되는데 이는 한 달 전과 비교해 9.8%포인트 오른 수치다.
만일 실제 CPI가 추정치를 상회할 경우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 마저 나온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이미 끝났다며 연준이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지만 다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증권가는 올 들어 코스피가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은 단기 변동성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보편관세와 대규모 감세 정책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으로 연준의 매파적(긴축선호) 기조가 보다 강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과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연말과 달라지지 않았다”며 “미 고용보고서가 발표된 가운데 CPI 이벤트를 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