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확장성
지난해 초 개봉한 영화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오컬트 장르의 부활을 알렸다. '파묘'는 무속 신앙, 풍수지리 등의 소재를 역사와 접목시킨 설정과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의 열연으로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미국 레터박스 유저 선정 올해의 공포 영화 7위에도 올랐다.
'파묘'가 일으킨 오컬트 장르의 붐은 코믹 오컬트 작품 '핸섬 가이즈'가 이어받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도 '마니아들의 장르'였던 오컬트 열풍은 계속될 예정이다. 연초부터 '검은 수녀들', '노스페라투', 그리고 애니메이션 '퇴마록' 등 다양한 오컬트 작품들이 개봉한다.
송혜교의 스크린 컴백작이자 '검은 사제들'의 후속작인 '검은 수녀들'은 올해 가장 주목 받는 작품 중 하나다.
개봉 일주일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한 이 영화는, 구마를 할 수 없는 신분의 수녀들이 구마라는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이야기다.
종교적 금기와 악령이라는 소재로 심리적 긴장과 공포를 다루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고전 영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작품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노스페라투'는 오랜 시간 알 수 없는 악몽과 괴로움에 시달리는 여성 엘렌과 그녀를 갈망하며 집착하는 뱀파이어 백작 올록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그린 매혹적인 클래식 공포 영화다. 1922년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이 연출한 영화 '노스페라투: 공포의 교향곡'을 로버트 에거스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여성의 억눌린 욕망에 초점을 맞춘 현대적 해석을 더했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각색해 오늘날 대중에게 익숙한 '흡혈귀' 이미지를 최초로 제시했던 원작의 전통을 계승하며, 현대 관객의 취향에 맞춘 리메이크가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 리메이크는 약 1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완성되어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후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10배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상업적 성공에 이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음악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까지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한국 대중문화에서 오컬트 장르를 본격적으로 알린 소설 '퇴마록'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이우혁 작가가 직접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원작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 젊은 세대와 기존 팬층 모두를 겨냥한다.
공개된 예고편 및 포스테엇 동양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화려한 작화부터 원작을 반영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공개되며 벌써부터 웰메이드 오컬트 블록버스터가 탄생했다는 기대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개봉 전 세계 3대 장르 영화제로 불리는 제57회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및 제48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 해외 9개국 유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더욱 기대를 고조 시킨다.
이번에 개봉을 앞둔 오컬트 영화들은 전통적인 공포나 종교적 상징에 머무르기보다는, 심리적 스릴과 철학적 질문, 그리고 현대 사회 문제와의 접목을 시도,장르의 외연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 오컬트 팬층은 물론,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표현 형식과 서사적 접근 방식을 통해 오컬트 장르가 올해도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