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윤석열의 역할…보수강경파 확장성 낮아져
둘째. 대선 대응…연합후보 출현해 승리 어려울 듯
셋째, 보수진영의 비합리적 생각과 정서…경직화·보수화 초래
대중적 열기와 관심, 정치적으로 승화 안목과 대응 필요
지난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12월 14일 대통령 탄핵, 1월 중순 대통령 연행과 구속 등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대통령 연행·구속 이후 정세의 관전 포인트 3가지 점에 대해 말해 보겠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의 역할이다. 12월 3일 계엄 직후 국회가 계엄을 해제한 이후 대통령의 조기 하야와 질서 있는 정국 수습을 강조했던 흐름이 있었다. 한동훈·안철수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이 그런 주장을 한 바 있다. 필자는 지금도 그런 주장이 옳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랬다면 한국 정치는 전혀 다른 궤적을 밟았을 것이다.
현재의 민심 지형을 보면 그런 주장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점도 있다. 이재명이나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세고 그것이 합리적인 정치적 주장을 뛰어넘어 탄핵 반대라는 깃발 아래 결집할 수 있는가를 경시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2월3일~2025년 1월19일 국면에서 무리한 비상계엄 발동, 부정선거 등 음모론에 경도되었음에도 탄핵 반대 여론을 타고 보수강경파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무엇보다 각종 재판에서 연전연패하면서 보수강경파의 거리 집회의 중심이 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확장성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헌재 탄핵 심판까지 현상적으로 대통령의 거취가 중요한 의제이기는 하나 점차 관심사가 대선으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정치적 상징성은 유지하되 탄핵 반대와 같은 행동적인 구호의 중심에서는 퇴장하게 될 것이다.
아직 헌재의 판단이 필요하지만,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보수결집의 상징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매김하는 것은 지난 계엄과 수사 그리고 탄핵 국면에서 잠재되어 있던 반이재명·반민주당 정서를 끌어내는 데까지이다.
그 이상을 넘어서면 먼저 헌재 탄핵 기각의 가능성이 크지 않은 조건에서 자칫 퇴로가 없는 싸움에 휘말리고 이어 결과적으로 대선 대응이 지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대선 대응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주관식 설문에서 이재명 31%, 김문수 7%, 홍준표·한동훈 6%, 오세훈 4% 등이었다.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흥미 있는 것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토 여론인데 채널A의 지난 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범야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39.3%로 1위를 차지하면서도 동시에 ‘차기 대통령 후보들 중 절대 찍고 싶지 않은 사람’에서도 42.1%로 1위를 데일리안 여론조사를 인용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6~7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논리적으로 보면 이재명에 반대하는 연합후보가 출현하여 선거에서 승리하면 될 일이지만 현재의 보수적 흐름에서는 그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연합후보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보수진영의 후보가 부상하되 선거 막판에 온건 보수 세력의 후보를 중심으로 연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탄핵 기각의 가능성을 크게 보는 비정상적인 전망, 보수진영 안에 배신자론 등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연합후보의 출현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정치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이를 배신자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단죄하는 풍토는 보수강경파를 넘어 보수진영의 뿌리 깊은 전통이다. 최근에는 한동훈 대표에 대해 이런 프레임이 강력히 작동한 바 있고 조선·중앙·동아일보 절독 운동 등 주류 보수진영에 대한 뿌리가 깊은 불신으로 발전한 바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토여론이 높다고 하더라도 배신자 프레임을 극복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대선에서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또 다른 과제이다.
이재명에 대한 비토여론이 높다고 하더라도 대선에 근접할수록 진영 결집 논리에 따라 50%대로 진입할 것이다. 문제는 야권 후보의 경우 지지율 자체의 절댓값이 높지 않은데다 내부의 한계로 인해 후보 단일화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이재명에 대한 비토여론을 생산적인 연합정치로 발전시킬 수 있는 범여권의 높은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는 보수진영의 비합리적인 생각과 정서이다. 보수진영은 종북주사파 및 반국가세력, 부정선거론, 중국개입론과 같은 비합리적인 이슈에 너무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영향을 미친 데 이어 국민의힘 전반 그리고 탄핵에 반대하는 일반 대중에까지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것이 국힘의 경직화·보수화를 초래하여 유연하고 기만한 대선 대응에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1월 19일 구속 영장 발부 과정에서 보듯 대중적 분노가 정치적 절제와 효율적인 결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무차별하게 분출·소진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탄핵 반대를 고리로 대중적 결집과 동원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효과적인 정치운동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 할 수 있다. 효과적인 정치운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첫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운동을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하고 이를 대선 후보와 생산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2월3일~1월19일에 이르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고리로 대중적 열기와 관심이 증폭되었다면 1월 19일 구속 이후에는 그것을 정치적으로 승화시키는 정치적 안목과 대응이 필요하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